청년실업은 물론 중장년 실업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내일배움카드제와 국가기간ㆍ전략산업직종훈련 과정을 통해 취업에 성공하거나 재취업에 골인하는 경우가 늘어나 화제가 되고 있다. 내일배움카드제는 구직자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원, 그 범위 내에서 자기주도적으로 직업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훈련이력 등을 개인별로 통합관리하는 제도이고, 국가기간ㆍ전략산업직종훈련은 인력부족 직종에 대한 기능인력 및 전문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훈련을 지원하는 제도로 훈련수당을 받으면서 교육훈련을 받고 일자리까지 알선 받을 수 있어 ‘일석삼조’다.
2015 내일배움카드제 및 국가기간ㆍ전략산업직종훈련 수기공모전은 이 두 제도의 실제 참가자 가운데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소개함으로써 다양한 구직자 훈련제도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비 취업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줘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기 위해 시행됐다.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경일씨는 한 중소기업의 부장으로 일하다 회사의 부도로 실직하게 된다. 이후 ‘국가기간ㆍ전략산업직종훈련’ 알곤용접 과정을 수강하면서 모 중공업의 용접분야에 다시 취업했다. 사무직 출신이었던 그가 용접이라는 한 번도접해 보지 못했던 직종에 도전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사례다. 다음은 수기공모전 ‘작품집 내일을 위한 동행’에 나오는 이씨의 취업 성공기다. (편집자 주)
[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여보세요? 당신, 어디야?” “응. 퇴근하는 길이야...뭐 사갈까?” 누군가에겐 부부의 일상적인 통화일 수도 있겠지만, 40세를 바라보는 나한테 ‘퇴근’이라는 단어는 너무 생소하고 부러운 단어가 돼 버렸다. 한때 잘 나가던 중소기업의 과장이었으나, 회사의 부도로 인해 직장을 잃고 술 기운에 잠을 청한 지 벌써 6개월이나 됐다. “지금 이 나이에 뭔가를 배우고 새로 시작한다는게 어렵긴 하겠지만,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상담 교사에 했던 내 첫 질문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담배를 사기 위해 길을 가다 ‘중장년 희망 프로젝트’라는 현수막을 보고 어떤 내용인지 궁금한 마음에 들어간 것이었기에 크게 기대를 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런 하소연에 가까운 내 질문에 상담 교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딱 한 가지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지난 시간을 잊고 새로운 직장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하셨습니까?”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지금 왜 방황을 하는 것인지, 지난 시간에 대한 미련이 남아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자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다시 나를 불러줄 거란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인지, 이런 생각과 함께 아직도 다시 일어설 거란 믿음을 갖고 나를 지켜봐 주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내 자신에 대한 후회와 원망이 밀려왔다. 아무 대답도 못 하고 있는 나를 교사는 묵묵히 기다렸다.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하는 내게 그는 “제가 열심히 도와드릴 테니 한번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같이 노력해 보실래요?”
▶“‘우리’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새로운 직장이라는 단어에 이미 내 마음은 설레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사와의 상담과 적성검사를 통해 국가 기간전략산업 직종훈련의 알곤 용접 교육을 신청하게 됐다. 컴퓨터만 두드리던 내가 처음으로 용접봉을 잡았을 때 모든 것이 새롭고 어려웠다. 가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내 미래에 대한 기회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5개월간 용접 이론 수업과 함께 현장 실습수업을 병행했다. 그렇게 전문적인 교육을 마친 후 마침내 취업을 준비하게 됐다. 교사와 함께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준비해 지원하고 연락을 기다렸다. 얼마 후 교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A 중공업 1차 협력업체에서 면접 승낙이 떨어졌는데 면접 한 번 보러 가실래요?” 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다 “제가 면접을 본다고 생각하니 너무 떨려서요. 혹시 같이 가주실 수 있나요?” 이전 직장에서 과장이라는 직책 때문인지 아랫사람을 부리는 법만 몸에 배어 있던 내가 평가를 받는 입장이 되니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교사는 흔쾌히 응했고, 동행 면접은 큰 힘이 됐다.
▶“합격 후 음료수 한 박스 사 드렸어요”= 재취업을 위한 노력 덕분인지 난 면접 본 업체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게 됐다. 전에 비하면 적은 연봉이지만, 내게 이미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선택한 새로운 직업을 찾았고, 가족들 앞에서 그들의 인생을 짊어져 줄 가장의 위치로 거듭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당당한 용접공으로 새 삶을 찾아준 교사에게 음료수 한 박스를 사 들고 제일 먼저 찾아갔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고 그동안 너무 수고했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이런내 마음을 아는지 교사는 “전 수고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저 역시 보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네요.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버거운 삶의 무게. 그 앞에서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당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던 시기에 담배 연기에 찌든 내 손을 잡아줬던 교사. 희망이 없을 것이란 내 미래에 누구보다 큰 희망을 주고자 노력했던 교사. 얼마 전과 달리 내 손에 쥐어진 건 볼펜과 서류가 아닌 용접봉과 용접마스크다. 하지만 나를 바라봐주는 가족들, 그리고 나를 이끌어준 교사들께 부끄럽지 않은 손이 될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살아가련다. 내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해준 직업학교와 취업팀 교사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끝으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재취업을 고민하고 망설이시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제나 국가기간 전략산업직종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해 있는 것이다.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세요. 절대 늦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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