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정책硏, 대부업 조폭 대상 설문
연간 억대 매출 그러나 세금납부는 저조
72% “대부업 다시 하고 싶진 않아”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사채업을 왜 많이 하냐면요, 쉬우니깐요. 돈 넣고 돈 먹기죠. 전화 한 통만 하면 돈이 들어오는데, 하루 종일 나무 나르는 것보다 낫잖아요.”
경북 지역에서 룸살롱을 영업하면서 카드깡과 도박자금 대출까지 해준 이 30대 중반의 조폭 A씨는 대부업을 비교적 돈 벌기 쉬운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요즘 대부업은 성매매, 유흥업과 더불어 조폭 집단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주요 수익사업으로 꼽힌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지난해 8월부터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에 수감 중인 조폭 307명에 대한 심층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최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에 참여한 조폭 중 9.1%만이 대부업을 주력 사업으로 운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대부업을 전문으로 하는 조폭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조폭들은 대부업에 발을 들이는 게 생각보다 쉽다고 말한다. 유흥업소나 도박판에서 자주 일하면 업소 아가씨들이나 도박 중독자들의 일수 수요가 높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부업을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선배 조직원을 따라 다니며 일을 배우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경기 지역에서 모던바와 보도방을 운영했던 20대 후반 B씨도 “건달들끼리 연락처를 주고받고 친하게 지내다가 누가 돈 빌려달라고 할 때 빌려주면서 대부업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대부업을 주력사업으로 삼은 조직의 매출액은 어느 정도일까?
설문결과 연간 매출액 10억~100억원을 벌어들인다고 답한 경우가 17.9%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5000만원~1억원 미만 10.7%, 1억~5억원 미만 10.7%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소득에 대한 세금 납부는 예상대로 저조했다.
‘조직에서 돈을 버는 만큼 세금을 충실히 낸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조직원들의 60.7%가 ‘현재 사업에 대한 세금을 내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52.9%가 해당 사업이 불법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 뒤를 이어 수익을 은닉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17.6%를 차지했다. 이는 조폭 집단이 운영하는 대부업이 여전히 세금징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조폭들 대부분이 향후 대부업을 다시 하는 것에 대해 꺼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업을 한 적이 있는 조직원의 72.1%가 대부업을 앞으로 운영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경찰과 검찰 등 사법 당국의 수사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조폭들은 사업상 가장 어려운 요인으로 ‘사법기관의 수사’(45.8%)를 꼽았다. ‘경기 하락에 따른 어려움’(14.2%)도 대부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일반인의 잘못된 선입견’(12.9%)과 ‘행정기관의 단속이나 행정처벌’(10.3%)도 사업에 지장을 준다고 응답했다.
다만 연구팀은 “응답자가 수형자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향후 사업 의향에 대한 응답은 실제보다 과소응답될 확률이 높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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