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가 원망스럽지만, 티를 낼 수도 없다. 얼어붙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려보지만 내 발가락인지도 모르겠다. 명함을 내민 손은 바들바들 떤다. 총선을 앞두고 강추위에 우는 예비후보들의 살풍경(殺風景)이다.

혹한 속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은 눈물겹다. 선거법상 예비후보는 다수가 왕래하는 장소에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 장소에는 지하철역 구내도 포함된다. 그러다 보니 합법적인 장소는 사실상 ‘실외’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어찌 보면 유일하다시피 한 선거운동은 실외 출ㆍ퇴근길 ‘뻗치기’다. 얼굴을 알리는 게 최대 과제이니 목도리도 모자도 사양한다. 명함을 건네는 손에 장갑을 낄 수도 없다. 강추위 속 무장해제다.

서울 양천갑에 출마한 이기재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두꺼운 옷을 입는 것조차 망설여진다”고 전했다. “차라리 움직이면 덜 추울텐데, 한 자리에 1~2시간 서 있자니 온몸이 얼어붙는다”고도 했다. 강추위가 야속하기만 한 예비후보들이다.

고생을 해도 효과가 있다면 그나마 나을 텐데, 효과도 마뜩잖다. 강추위에 유권자도 얼굴마저 중무장, 땅만 쳐다본 채 발걸음을 재촉한다. 서울 송파을의 박상헌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이런 추위에선 명함을 건네는 것도 고민”이라고 했다.

유권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럴 만 하다. 건네는 명함을 거절할 순 없고, 또 받자니 주머니 속 손을 꺼내야 한다. 손을 내미는 예비후보와 이를 외면하는 유권자. 늘상 익숙한 풍경이지만, 강추위는 이를 더 매섭게 만든다.

강추위에 몸앓이ㆍ속앓이를 하니 현역과의 차별에도 한층 불만이 커진다. 또 다른 한 예비후보는 “만약 당선이 되면 선거법부터 바꾸겠다”고 말했다. 현역과 정치신인 간의 경선은 출발선부터 다른 ‘불공정 게임’이란 불만이다.

명함 배포에서 장소 제한을 받는 것 외에 예비후보는 다수가 모인 행사장에서 확성기를 사용할 수 없다. 홍보물 배포 역시 지역 전 세대의 10%에만 돌릴 수 있다. 현역은 의정보고서 배포에 이 같은 제약이 없다. 홍보물 발송비 역시 현역 의원은 할인 혜택을 받지만, 예비후보는 그런 혜택이 없다. 현역 의원이 예비후보 등록을 최대한 미루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렸다.

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