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이주수요·집주인 월세선호 비수기 악재 겹치며 전세 씨말라
“월세든 전세든 입맛에 맞는 집은 찾기 어려울 걸요? 매매면 모를까….” (서대문구 S공인 관계자)
“신축빌라는 아직 매물이 있지만 전세는 없을 겁니다. 그나마 방문할 수 있는 월세도 낡은 빌라들이 대다수죠.” (은평구 N공인 관계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새해 벽두부터 전세난을 넘어 ‘전세종말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도심 내에서 전세를 구하기는 이미 ‘하늘의 별 따기’다. 재건축ㆍ재개발 이주 수요에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도까지 높아져서다. 현장에선 비수기 특성에 악재가 겹치면서 전세 시장의 씨가 말라간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다음달 시행되는 수도권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맞물려 집주인들의 눈치 보기는 더 분주하다.
▶천장이 뚫리다=전셋값은 고공비행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4.8% 오르며 2014년 연간 상승률(4.4%)을 넘어섰다. 특히 서울은 같은 기간 7.5% 상승했다. 2014년 연간 상승률(4.9%)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폭의 오름세다.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도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74.0%에 진입했다. 지난 2014년 12월 70.0%대를 기록한 이후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가율은 73.4%지만 성북구와 강서구는 각각 82.6%, 80.1%로 80%대를 돌파했다. 동작구(79.9%), 구로구(79.0%), 성동구(78.1%) 등도 80%대에 근접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전세시장 비수기에도 전세물건 부족으로 인한 가격상승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며 “실수요자들이 차라리 매매로 돌아서려는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수 심리가 위축되자 일반인들의 시각도 한층 비관적이 됐다. 26일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수도권 거주 30~65세 주택 수요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6년 주택시장 전망’에 따르면 응답자의 77.1%가 “올해 전셋값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상 유지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자는 18.7%에 불과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집주인 입장에서 수익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저금리와 대출규제 강화 등의 이주 수요 증가, 적은 입주물량으로 전세가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종말의 가시화=올해 전세난은 서울 뉴타운과 강남 재건축, 강북 재개발 이주 수요의 영향으로 심화할 전망이다. 바닥으로 추락한 수익률과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시장 흐름도 수익에 기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강서구 K공인 관계자는 “호가 상실을 우려한 실수요자들이 지난해 매물을 거둔 이후 월세로 전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뉴타운을 비롯해 강남권 이수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세는 조만간 사라질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고 밝혔다.
계획된 이주 수요는 전세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실제 개포주공2단지부터 개포주공3단지, 고덕주공 2ㆍ3ㆍ4단지 등 강남권에서 집을 찾는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깊다. 강남과 인접한 하남시 전셋값은 10.5% 오르며 지난해 경기권역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수요와 공급의 접점은 깨진 지 오래다.
일각에선 정부가 월세 시장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앞서 뉴스테이 기조를 강조하며, 올해와 내년까지 10만 가구가 넘는 물량을 계획했다. 2017년까지 확보할 뉴스테이 예정 물량은 총 14만 가구에 달한다. 정부가 앞장서 ‘전세’에서 ‘월세’로 시장을 바꾸고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한편 공급 과잉이라는 비관적 전망 속에서도 전세 난민의 주름살은 깊어진다. 올해 예정된 수도권 신규 물량마저 턱없이 부족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 입주 물량은 4만6504가구로 전년 하반기(5만7640가구)보다 19.3% 줄었다. 특히 서울은 9331가구로 같은 기간(6685가구)보다 39.6% 줄었다. 지방 3대 광역시보다 수도권ㆍ서울에서 전세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찬수 기자/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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