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탈당과 신당(국민의당) 창당을 선언했을 때 적지 않은 국민이 지지를 보냈다. 영남지역에선 새누리당의 지지가 빠지면서 안철수 신당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역력했다.
더민주에 실망한 호남에선 제1당으로 부상했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는 여의도 정치에 대한 절망과 환멸의 반작용이라 봐야 한다. 구태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정치에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일 국민의당 발기인대회 이후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사실상 하락세다.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줄곧 2위를 차지했던 안 의원이 3위로 주저앉은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안 의원이 그렇게 외쳐왔던 ‘새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의당에서 영입하는 인물들이 그렇게 새롭지 못하다. 부패척결을 외쳤던 안철수 신당에서 비리의원을 받아들이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그가 불출마한다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원내교섭단체도 꾸려야 하고 국고보조금도 절실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의원을 끌어 모으는 게 새정치가 될 수 없다. 호남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것도 새정치와 거리가 멀다. 호남에서 당 지지가 높다고 해도 국민의당이 호남 정치인들에게 목을 매는 건 구태정치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는 꼴이다.
현 상황에서 안철수의 정치실험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지금의 현실주의적 방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그가 비판해왔던 구태가 그대로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정말 정권교체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2012년 국민이 환호했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를 정치권으로 소환했던 국민의 염원을 되새겨야 한다.
안철수 현상으로 지칭됐던 시대적 가치과 국민적 기대에 부합할 때 그의 정치실험은 성공할 수 있다. 그러려면 대권교체라는 과제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집착하는 게 오히려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깨끗한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큰정치에선 ‘구차한 승리’보다 ‘아름다운 패배’가 더 소중하다.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일보다 작지만 의미 있는 승리를 통해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데 더 주력해야 한다.
4ㆍ13 총선은 그가 어떤 정치인인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의석의 규모로 승부할 것이 아니라, 참신함과 깨끗함, 그리고 정책의 타당성으로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구태여 제1 야당을 지향할 필요도 없다. 정당이 클수록 내부 관리는 힘들고 분열과 갈등의 구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작지만, 유능하고 내실있는 정당을 만들어가는 게 더 중요한 일이다. 이번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정도의 의석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면 안 의원이 추구하는 새정치를 멋있게 해나갈 수 있는 적절한 규모다.
깨끗한 정치, 제대로 된 의정활동만 한다면 국민은 충분히 감동할 준비가 돼 있다. 모범을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한국정치를 위해서도 제3당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여야 간의 지역적 이념적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제3의 정당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조정과 타협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안철수의 정치실험은 지역과 이념, 그리고 세대가 교직하는 여야대립구도에서 제3의 정당으로서 참신함과 깨끗함, 그리고 유능함을 보여줄 수 있느냐 하는데 승패가 달려 있다. 그가 일관된 모습으로 새정치를 지향할 경우 국민은 결코 그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를 엄혹한 정치판으로 불러냈던 국민의 기대와 시대정신을 되새긴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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