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ㆍ김기훈ㆍ이세진 기자] 대중문화계에서 새로 나오는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 음반의 첫 선을 보이는 자리만큼 중요한 행사도 드물다. ‘출발이 좋아야 흥행도 잘 된다’는 인식이 강해서다.
이들 작품을 한발 먼저 보고 대중에게 소개하는 언론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 제작보고회, 쇼케이스 날짜를 잡는 것은 그래서 ‘필사의 눈치게임’이 된다. 같은 날 ‘큰 놈’과 붙었다가는 열심히 준비한 신작이 소리소문없이 묻혀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기 십상이고, 하필 시간까지 겹쳐 버리면 대중문화부ㆍ연예부 기자들을 두고 유치 경쟁을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주 십수 개씩 신작이 쏟아져 나오는 대중문화계다. 이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다보면 일정이 겹치는 일도 다반사다. 이때는 ‘아예 몰랐거나’, ‘각 제작사끼리 시간 조율에 실패’할 경우, 피치 못하게 ‘박치기’를 할 수밖에 없다.
영화계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일정이 사전에 공유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영화 홍보대행사들이 가입되어 있는 영화마케팅사협회에서 일정표를 공유한다. 게시판과 같은 곳에 일정을 잡고 소식을 올리면 그 날짜를 ‘선점’하게 되는 식이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이 스케줄을 보고 알아서 피해 잡는다”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방송이나 가요계에는 이같은 시스템이 없어 그야말로 눈치게임이 된다. 행사 날짜를 겹치게 잡아놓고도 서로 몰랐다가 급하게 조율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쇼케이스를 언제 한다라는 것을 미리 아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며 “앨범 발매를 같은 날에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홍보담당자들끼리 연락해서 쇼케이스를 할 것인지 물어보고 일정 조율에 나서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겹친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가 초청장이 나간 후 기자에게 전화를 받고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두 가수의 컴백 쇼케이스 시간이 겹친 것을 사전에 몰랐던 두 가요기획사가 급히 일정을 조율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결국 4시에 잡혔던 일정은 서로 한 시간씩 당기고 미뤄 3시와 5시로 진행됐다.
지난해 방송가에서는 ‘그것이 알고싶다’(SBS)의 1000회 특집 간담회와 나영석PD 제작의 웹예능 ‘신서유기’(TV캐스트) 제작발표회와 겹쳐 결국 ‘그것이 알고싶다’ 측에서 2시간 미뤄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상파와 케이블의 대결이었지만, 이때만큼은 ‘스타PD’인 나영석 PD와 강호동, 이승기 등 구(舊) ‘1박 2일’ 멤버들이 다시 모인 것으로 화제몰이 중이었던 ‘신서유기’ 측이 일정을 사수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센 놈 앞에서 작은 놈이 알아서 피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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