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한국 증시에서의 ‘ 외국인 엑소더스(탈주)’ 현상이 계속될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측에 필요한 여러 신호들은 당분간 추가 이탈 가능성이 높음을 가리키지만, 유가 반등과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등은 외국인 추가 이탈의 속도와 폭이 둔화될 가능성을 내비치는 요소로 평가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인의 기록적인 매도 공세가 시작된 지난달 2일 이후 28일까지 외국인이 한국증시에서 주식을 팔아 현금화한 자금은 모두 6조500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다만 이번주 들어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규모와 속도가 다소 둔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28일에는 158억원어치 순매도를, 지난 27일에는 330억원 순매수로 전환됐다.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6거래일 동안 매일 3000억원 안팎의 주식을 팔아치우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진정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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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매도 규모는 원유 가격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된 외인 매도 공세의 주범은 사우디아라비아, 노르웨이 등이었다. 이들 산유국들은 원유 가격이 하락하자 정부가 재정난에 빠지게 됐고, 국부펀드를 통해 해외에 투자됐던 자금을 회수하면서 한국 주식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 속도도 빨라진 것이다. 지난해 사우디는 4조7000억원, 노르웨이는 1조6000억원의 주식을 한국 주식시장에서 팔아치웠다.

사흘 연속 국제 유가가 상승한 것도 오일머니의 추가 이탈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2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92달러(2.9%) 상승한 33.22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 석유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회의에서 원유 생산량 5% 감축안을 제안했다”고 말한 영향이었다. 이란과 종교-정치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사우디가 내부적으로 감산을 논의 중이란 사실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국제유가는 한 때 7%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우디 자금의 복귀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보유 주식 대부분을 이미 지난해에 회수했기 때문에 매도 정점은 지났다”며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단기적으로 완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달러자금이 한국을 빠져나가는 속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3월에 금리를 높일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연준은 “향후 금리인상 기조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만 밝혔다. 지난 2014년말부터 계속된 미국 달러금리 인상 가능성이 1년여 넘게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외인 자금 이탈은 가속될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선 3월보다는 6월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경기에 대한 자신감은 지난해 12월 보다 약화됐다. 3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것은 분명하다. 6월 FOMC에서 목표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우세하다”고 내다봤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영국령계 외국인 매도는 완화될 것”이라며 “통상 영국령계 자금은 코스피 급락 후 매수에 나서는 경향이 있는데다, 파운드 환산 코스피가 기술적 반등 구간에 진입해 달러 강세가 완화되면 순매수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