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여의도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곳이다. 수백 개의 법안과 쟁점현안이 여야 지도부의 회동 테이블 위에 올려져 해체되는 이곳에서는 쉼표의 위치, 형용사의 어감 하나가 협상의 결과를 판가름 짓는다. 29일 본회의 통과가 유력시됐던 북한인권법의 처리에 급제동이 걸린 것도 바로 이 ‘언어의 민감성’ 때문에 비롯됐다.
이날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인권법의 2조 2항의 문구가 마지막 쟁점으로 남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인권법 2조 2항에 새누리당은 ‘북한인권 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을 위한 방향으로도 노력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인권 증진 노력을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 노력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문구의 삽입을 추진 중이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함께’라는 단어가 앞으로 가느냐 뒤로 가느냐의 미세한 차이지만, 이 같은 차이가 ‘법의 존재의미’ 자체를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이날 이목희 더민주 정책위의장은 “북한인권법 해당 조항 차이는 작은 것이 아니”라며 “새누리당은 ‘자유권’만 중시하겠다는 것이고, 더민주는 ‘자유권’과 ‘생존권’, ‘평화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야당이 처음에는 ‘조화롭게 추진하자’, ‘병행하여 하자’는 문구를 주장해 반대하다가 최종적으로 ‘함께하자’로 정했다”며 “(‘함께’라는 단어의 위치도) 뒤에 두면 야당에서 원래 주장했던 ‘병행하여’와 조뉘앙스가 똑같아지기에 앞에 두자는 제안을 수차례 했고, 이 의장이 아무런 대답이 없기에 묵시적인 동의를 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법안 부속 조항의 한 단어가 국회일정과 여야 지도부 회동의 합의 자체를 뒤흔드는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인권법은 이날 중 국회 통과가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오늘 본회의 일정을 합의했지만 이것은 타결과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원샷법은 상임위에서 처리했지만 북한인권법은 상임위조차 열리지 않은 상태”라며 “(북한인권법의) 가장 중대한 생존권, 자유권, 평화권과 관련해선 원내대표부 간에도 합의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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