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기업구조조정,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계좌이동제 시행 등으로 올해 은행권은 어느 때보다 전운이 감돈다.
지난달 4일 취임한 이경섭<사진> NH농협은행장의 머릿 속도 온통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 뿐이다.
이 행장은 “우리가 잘 하는 걸로 돈 벌겠다”며 “잘 모르는 조선, 철강회사에 대출해주기보다 유망한 농ㆍ식품업체를 성장시켜 수익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경섭 은행장은 지난달 28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농협 본연의 목적에 맞고 농협이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STX조선 이 적자를 내면서 5000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했던 뼈 아픈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이경섭 행장은 “농협의 존립 근거는 농촌, 농민, 농업”이라면서 “올해는 조선 등 특정 분야에 과도하게 집중된 여신구조를 정상화하는 데 집중하겠다. 비농업 분야의 여신 비중을 줄이고 유망한 농식품업체 및 가공업체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비농업 대기업 대출은 줄지만 농촌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 수익성을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농업정책보험금융원과 조성한 200억원 규모 농산업가치창조 펀드를 1000억원 규모로 확대하는 것도 이런 방안 중 하나다.
농산업펀드는 농식품 분야 우수 기술을 보유한 창업 초기 기업 또는 유망 중견기업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며 현재 투자 대상 기업을 물색 중이다.
이 행장은 여신관리에 대한 자산만의 철학도 밝혔다. 그는 여신 목표치를 잡지 않는다고 했다. 매년 목표치는 높아지기 마련인데 그렇게 되면 부실이 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무리하게 목표치를 맞추려다보니 대출 후 2~3년 뒤면 꼭 부실이 나더라“면서 “실적보다 제대로 된 대출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최근 우려와 달리 중국시장 진출에 대한 성공 자신감도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농협의 강점을 활용하는 차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존 상업은행이나 일반은행과 다른 사업전략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이 행장은 “우리가 들어가는 곳은 은행이 전혀 없는 농촌”이라면서 “과거 농협이 1970년대 어려운 농촌 ,농민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농촌경제를 살린 것처럼 도시와 빈부 차가 극심한 중국 농촌에 들어가 자금을 지원하고 농촌경제를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진출무대는 베이징 인근 농촌 지역이 될 전망이다. NH농협은행은 중국 국유기업인 궁샤오그룹과 손잡고 자금지원 뿐 아니라 리스업, 농산물 재보험,인터넷뱅킹, 신용보증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은행권 실적주의 확산에도 발을 맞춘다. 이 행장은 이번 부장급 이하 직원 인사에서 직급별 평균연한과 무관하게 승진하는 발탁인사를 지난해의 세 배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조기 승진한 직원은 46명이었지만 올해는 14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승진 필기시험 개선에도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고시제도를 포함해서 직원들에게 다 생각을 바꿔서 접근하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노동조합과 얘기도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핀테크는 글로벌진출과 함께 NH농협은행의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일각에서 농협이 다른 은행보다 핀테크가 뒤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면서 ”이는 수요자 중심 핀테크에 공을 들이는 다른 은행들과 달리 우리는 공급자적 핀테크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티브잡스가 이런식이었다”면서 “아이폰은 만들되 그 안에 개발업자가 들어올 수 있는 환경 만들어서 같이 윈윈(win-win)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이 행장은 계좌이동제를 ‘계좌쟁탈전’이라고 바꿔 불렀다. 그만큼 현재 은행업계에서 고객을 놓고 뺏고 뺏기는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그는 “이 달에만 계좌수가 1100개 늘었다”면서 그 비결로 콜센터 정비를 들었다.주거래은행을 바꾸려는 고객들은 대부분 주거래은행에 서운한 점이 있거나 별 관심이 없는 고객인 만큼 이들의 불만을 처리하는 콜센터의 고객서비스를 높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란 판단에서였다. 고객응대에 대한 직원교육을 강화하고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했다. 효과는 바로 드러났다. 이 행장은 “고객불만을 풀어주니 가려던 고객도 안 가고 신규고객은 늘었다”고 했다. 이 행장은 “금리나 수수료로 타행보다 우위를 가지려는 전략은 쓰지 않을 것”이라며 “제 살 깎아먹이식 경쟁은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오는 3월 도입되는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에 대해선 단기적인 호재는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 행장은 “1년 한도가 2000만원이기 때문에 은행 수익성 측면에선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2000만원 천정이 무너지면 그때부턴 은행들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재 증권사는 일임형이 가능하지만 은행은 불가능하다. 고객 선택 폭 확대와 업권 차별 해소를 위해 조속히 은행에 투자일임업이 허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이 행장은 “현재 농협은 일류로 삼류의 기로에 서 있다”면서 “농협만의 강점을 잘 발휘해 일류은행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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