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정부가 금융공기업을 시작으로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에 불을 당겼지만 효과에 대해선 평가가 갈린다.
민간으로 확산될 것이란 기대도 있는 반면 극렬한 노사갈등을 불러와 금융경쟁력 하락을 초래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성과주의로 인한 부작용도 상당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 은행권은 호봉제 기반에 성과급제가 일부 결합된 성과혼합형 호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를 등에 업은 사측은 발탁인사 등 파격인사를 이어가며 성과주의에 군불을 지피고 있는 반면 금융권 노조는 “성과주의 임금체계는 절대 불가”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문제는 노사가 자율 결정할 문제로 정부가 개입할 권리가 없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임수강 금융경제연구소(전국금융산업노조 산하) 연구위원은 지난달 31일 내놓은 ‘은행권 성과주의에 대한 노조의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성과주의 도입으로 ▷단기성과 집착으로 인한 팀워크 소멸 ▷불완전판매로 인한 분쟁 증가 ▷평가불신 및 고용불안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과주의는 은행들의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리스크를 무릅 쓴 자산확대 전략으로 이어지게 할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직원들이 단기성과에 집착하고 리스크를 무시한 상품을 판매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낮은 금리 제공으로 은행끼리 대출 빼오기 경쟁을 벌이는 등 제살 깎아먹기로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떨어뜨릴 것이란 예측이다.
임수강 연구위원은 “성과제도 도입으로 과도한 출혈경쟁이 벌어져 은행들이 이윤을 내지 못하고 적자를 기록한다면 이는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성과주의는 노동자들이 단결의 힘을 통한 권리 쟁취보다는 개인별 평가에 집중하게 만들어 노동조합의 위상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기업은 뛰어난 성과를 낸 직원들에게 보상을 몰아주는 식으로 직원들을 통제하려 할 것”이라며 “이는 직원들 사이에 성공하는 자와 탈락하는 자 사이의 차별과 위계, 분열을 가져올 것”이라고 그는 우려했다.
금융공기업에서 시작된 성과주의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될지도 미지수다. 현재 은행권 노조들은 성과주의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강제적인 성과주의 도입 압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까지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사측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단체 중심의 개인 평가지표를 바꿔야하지만 임금 부분이 포함돼 노조와의 협의가 필수적인만큼 노조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 노사갈등으로 갈 길 먼 올해 금융시장에서 경쟁력 하락을 자초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
성과주의가 불완전판매를 야기할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미국과 유럽에서는 금융사들의 성과주의 확대에 신중한 입장이다. 유럽은행감독원(EBA)은 부작용을 우려해 유럽 전 은행에 보너스가 기본급의 2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특히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금융권 인센티브 확대가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인센티브와 불완전판매의 연관성에 대해 강도 높게 연구하고 있다.
FCA의 전신인 FSA는 지난 2013년 로이드은행이 공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판매직원의 부실판매를 유도했다며 2800만파운드(한화 약 48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70만명의 피해고객에게 1억파운드(한화 약1719억원)의 손해배상 명령도 내렸다. 경영진에게 지급된 보너스도 모두 환수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영업실적만을 기준으로 한 성과주의는 금융회사와 소비자의 이익과 상충할 수 있다”며 “과거 동양사태나 최근의 주가하락으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ELS 투자자들 모두 금융회사의 실적주의가 초래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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