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10곳중 1곳 황금낙하산 도입…위로금 최대 500억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1. 자기자본이 31억원에 불과한 코스닥 상장사 A사는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대표이사가 해임될 경우 대표이사에게 50억원을 지급토록 규정하고 있다. ‘황금 낙하산’을 넘어 ‘황당 낙하산’의 대표 사례다. 황금 낙하산 제도를 도입한 코스닥 상장사들은 대부분 대표이사 퇴직 보상액에 ‘하한선’만을 두고 있어, 실제 퇴직 보상금은 이보다 더 많을 공산이 크다. ‘모헙자본’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시장에선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이 사실상 차단돼 있는 셈이다.
#2. 상장사 B사의 경우 퇴직 할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대표이사에서 퇴직 할 경우 퇴직금의 100배를 대표이사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년 대표이사로 근무했을 경우 퇴직금이 5억원이라면, 500억원을 퇴직 위로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황금 낙하산’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초 ‘황금 낙하산’은 경영권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대표이사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로 변용되면서 기업의 활발한 인수합병 등 시장의 활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코스닥 시장을 ‘모헙자본’ 시장으로 육성하겠다는 금융 당국의 제도 취지와도 모순된다는 비판이다.
1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이 작성한 ‘국내 상장사 황금 낙하산 도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코스닥 상장사 978개 가운데 황금낙하산을 도입한 회사는 158개사(16.2%)로 집계됐다. 상장사 10곳중 1.6곳은 황금낙하산 제도를 도입한 셈이다.
코스피 상장사 714곳 가운데엔 25개사(3.5%)가 황금낙하산을 정관에 명시하고 있다.
황금 낙하산은 경영권 방어제 가운데 하나로, 회사 경영진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경영진이 교체될 경우(적대적 인수합병) 대표이사 등에게 거액의 퇴직 위로금을 지급토록 하는 제도다.
문제는 경영권 방어장치로 도입된 제도가 사실상 부실기업의 횡령 수단으로 전용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한국의 첫 황금낙하산 도입 사례였던 옵셔널벤처스코리아(2001년 6월)의 경우 대표이사는 퇴직과 함께 46억원을 챙겨 떠났고, 2002년에 이 회사는 상장폐지 됐다.
엄지원 CGS 연구원은 “코스피 시장보다 코스닥 시장의 황금낙하산 제도 도입 사례가 더 많은 것은 코스닥 상장사가 적대적 인수합병 공격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라며 “코스닥 상장사의 자기자본 규모가 작아 인수합병 주체가 경영권 장악에 필요한 지분율을 확보하는 것이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보다 쉽다”고 말했다.
황금 낙하산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황금 낙하산 도입 183개사 가운데 퇴직금액으로 퇴직금을 규정한 사례는 전체의 87.98%(161개사)로 최소 금액은 5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자기자본 대비 대표이사 퇴직보상의 경우 평균 하한금액이 자기자본 대비 20.35% 수준으로 나타났다.
엄 연구원은 “코스닥 기업의 경우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경우가 많아 회사 자금의 편법적 유용을 위해 황금낙하산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을 쉽게 결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책임감 있는 경영진이라면 경영권 방어수단 마련보다는 경영능력 및 주주권익 보호 노력을 통해 경영권을 유지토록 해야 하며, 인수합병 주체에게 유독 불리한데다 경영진의 사익 추구에 유용될 여지가 있는 인수합병 방어수단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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