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지침, 급여보장 되레 후퇴 우려

정부가 1일부터 ‘열정페이 근절 가이드라인’을 시행함에 따라 정부의 공언대로 ‘열정페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그간 노동력을 착취당했던 청년 인턴 실습생들이 웃을 수 있을까.

이번 가이드라인은 청년 인턴 보호방안이 전혀 없던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것이긴 하나 고용노동부의 현행 ‘청년취업인턴제 시행지침’에 비해 인턴 실습생의 급여보장 수준은 오히려 크게 후퇴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청년취업인턴제 시행지침은 인턴에게 최저임금(시급 6030원·월급 126만원)의 110%인 월 139만원 이상 지급을 ‘권장’하고 있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은 식비, 교통비, 교육훈련 재료비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 기업들이 인턴을 뽑아 일을 시키면서 최저시급에 훨씬 못미치는 돈을 주거나 아예 무급으로 해도 수련 명목이라면 가이드라인 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 된다. 인턴과정 후 취업으로 연결된다면 그나마 감내할 만하지만 가이드라인에는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당초 열정페이는 호텔이나 패션업계에서 인턴을 활용해 상당한 고용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면서도 교육·경험을 전수한다며 열악한 보수를 제공하는 것이 문제였다. 저임금 인턴고용이 문제였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은 이문제는 놔두고 인턴의 지위나 교육훈련 포함여부나 근무조건 등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올해부터 최저시급이 6030원으로 올랐으나 인턴에게 남의 일일 뿐이다. 대기업인 A사는 올 상반기 인턴 사원을 모집하면서 제시한 조건은 일하는 시간은 정규직과 똑같은데 월급은 80만원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열정을 빌미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주지 않는다는 의미의 ‘열정페이’ 라는 말이 사라지려면 요원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열정페이 근절만 외칠 것이 아니라 인턴후 정규직 채용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 지침만으론 부족한 만큼. 기업이 인턴을 6개월 이상 고용하고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정식채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기업이 인턴제를 통해 어떤 채용 계획을 갖고 있는지 공시하는 내용도 지침에 담을 필요가 있다”며 “6개월 인턴 후 기업이 어떤 절차, 어떤 규모로 정규직으로 채용할 것인지 제시해 청년들이 취업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이드라인의 6개월 기간 제한 등이 비정규직법처럼 오히려 ‘6개월 단위 인턴돌려막기’ 등 불안정 일자리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국회를 비롯한 공공기관 내 만연한 무기한 인턴제도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우선 행정적인 가이드라인에서 출발하는 것이겠지만 이것이 오히려 합법적으로 불안정 일자리를 양성하는 계기가 될 거라는 우려도 있다”며 “빈틈 없이 보완해서 탈법의 소지를 없애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노동법만 제대로 적용하고 집행해도 문제의 대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고 봤을 때,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을 하도록 현장의 근로 감독을 함께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일단 열정페이 문제와 관련해 일을 가르친다는 명분 하에 노동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등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무조건 처벌하기로 하고 관계기관이 구체적인 처벌규정을 내놓기로 했다.

김대우ㆍ원승일 기자/de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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