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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고공행진ㆍ품귀현상 주거취약계층 ‘탈서울 행렬’ 유출인구 지난해 14만명 육박…대다수 경기권으로 옮겨 1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 74.1%…84개월 연속 상승세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 결혼 10년차 주부 김 모씨는 최근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을 알아보다가 결국 수도권 월세로 눈을 돌렸다. 천장 뚫린 전세가를 감당하기 버거운 데다 씨가 말라 차라리 주말의 여유를 즐기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출퇴근 피로와 월세 부담이 커지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날은 풀렸지만 전세난에 떠밀린 주거취약계층의 마음은 한겨울이다. 높은 전셋값과 전세 물건 품귀현상으로 새 보금자리를 찾기가 힘들어서다. 대출심사 강화로 돈줄이 얽매인 데다 부동산 시장의 부정적인 전망으로 인해 사기에도 망설여진다.

서울 도심에 전세를 전전하던 이른바 전세난민들의 대안은 서울 도심을 떠나는 것이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을 떠난 인구는 172만7000명으로, 서울에 터전을 마련한 인구(158만9000명)보다 13만7000명이 많았다. 순유출 규모는 1997년(17만8000명) 이후 18년 만에 가장 많다.

탈(脫)서울 인구는 전국 17개 특별ㆍ광역시ㆍ도 가운데서도 압도적인 1위다. 대전(-2만2000명), 부산(-1만4000명), 대구(-1만4000명), 광주(-9000명)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서울을 등졌다.

주된 이유는 주택 문제, 즉 이사(49.2%)였다. 전세난에 떠밀린 실수요자들은 전월세 계약기간 종료와 매매로 돌아섰다. 탈서울 행렬은 주택 매매 거래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주택 매매 거래량은 119만3000건으로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6년 이후 최대치다.

성북구 N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이 너무 오른데다 물건이 워낙 없어 나오자마자 거래되기도 한다”며 “봄 이사철을 앞두고 물건이 나오면 연락해 달라는 수요자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천장 뚫린 전셋값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물건이 워낙 없는 데다 저금리 기조로 전세를 유지하는 집은 대부분 근저당이 잡혀 있거나 노후화된 곳들이 대부분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1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4.1%에 달했다. 지난 2009년 이후 84개월 연속 상승세다. 특히 성북구 등 주거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일부 지역은 재건축ㆍ재개발 이주수요 유입으로 전세가율 80%를 넘어섰다.

봄 개학을 앞두고 미리 움직이려는 학군수요도 전셋값 상승을 부추겼다. 특히 송파구 전세매물의 월세 전환과 학군수요 움직임으로 전셋값이 이달 들어 0.12% 상승했다.

지난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서대문구(564명)와 강서구(103명)를 제외한 나머지 자치구가 순유출을 기록한 것도 전셋값 고공행진과 같은 맥락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시도간 전출률은 관악구ㆍ강동구(7.6%)와 금천구(7.0%)가 특히 높았다. 반면 강북구(4.5%), 양천구(4.8%), 성북구(4.9%)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주거취약계층이 새로운 터전으로 가장 많이 선택한 곳은 경기도였다. 지난해 경기권에서 서울로 유입된 인구는 23만9557명이었지만, 유출인구는 35만9337명으로 11만9780명 많았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전세난과 탈서울 행렬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올해 전세가격은 만성적인 품귀현상과 입주물량 부족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재건축ㆍ재개발 이수 주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도심 재건축ㆍ재개발 이주수요에 따른 전세 품귀현상과 대출심사 강화 후폭풍으로 수도권 월세를 선택하는 실수요자가 늘 것이라는 의미다. 저금리 기조로 집주인들의 월세선호 현상도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전세난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대출심사가 강화돼 봄 이사철이 올해 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월세선호 현상으로 전세에서 돌아서는 수요자들이 많은 반면 일부는 매매수요로 전환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