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티=지재근 기자]지난 1월 공항노숙이란 말을 만든 제주공항 폭설사태를 계기로 대형사건과 이슈 뒤에 우리사회의 비생산적인 여론흐름을 살펴보았다. 설 연휴이후 제주공항대란 상황을 두고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 병폐를 짚어보았다. <편집자주>

[제주공항 사태]㉮32년만의 폭설과 한파로 연간 2600만 명이 이용하는 제주공항은 42시간 동안 운항이 중단됐다. 지난달 23일부터 기록적인 폭설과 기상 악화로 나흘 동안 8만여 명의 관광객은 제주에 발이 묶였다.항공사 발권창구에는 항공기 운항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관광객들이 탑승 대기순번을 받기 위해 하나 둘 몰려들어 나흘 동안 6000여명이 공항 내에서 노숙을 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때부터 ‘공항노숙’이라는 말이 언론과 SNS를 통해 삽시간에 확산되면서 ‘제주공항’은 트위터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특히 지난달 24일 소셜네트워크(SNS)상에서 항공기 운항 중단으로 공항 수화물센터에서 종이박스 하나에 1만원에 파는 폭리를 취하고 제주시내 근거리 택시비 요금이 10만원이라는 악성 루머가 퍼지면서 공항 체류객 등의 불안을 가중 시켰다. 제주도가 나서 사실여부를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 과정에서 언론은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없이 SNS에 올라온 내용을 그대로 인용, 루머 확산과 공항이용객들의 불안을 고조시키는데 일조했다. 제주공항 수하물센터 관계자는 “종이박스는 수하물이 필요한 고객을 대상으로 수하물 요금표에 따라 판매되고 있었던 것”으로 “포장용 박스 값이 전국 공항과 동일한 가격임에도 사실이 이상한 방향으로 확산돼 황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난처해 했다. 제주언론의 경우 도지사 공관에 대한 어린이 도서관 시설 변경 사실을 알면서도 공관을 공항이용객의 숙식시설로 내놓으라는 SNS를 그대로 보도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제주도 관계자는 “사실이 아닌 유언비어가 확산되면서 당시 공항 체류객이 공항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불만과 불안이 가중돼 체류객들의 안전에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국토교통부의 공항 운항 중단 조치로 언제 돌아갈지 모르게 된 관광객들의 탑승 대기번호를 받기 위해 공항 노숙이 시작되면서 제주도는 빠르게 대응했다. 제주도는 종합관리 상황실을 제주공항에 마련했으며 원희룡 도지사는 23일 일본 출장을 취소하고 폭설 대처 상황과 대책을 보고 받는 등 관광객 및 도민 불편사항을 챙기는 등 직접 진두지휘했다.체류객을 위해 제주도가 제공한 담요 등 물품은 지난 2014년 만들어진 ‘공항 체류관광객 불편 해소 대책’이 최대 인원 500명에 맞춰져 있어 지급 물량이 부족해지자 불편 최소화와 안전을 위해 담요 650점과 빵 1만840개를 비롯한 삼다수, 컵라면 등 간식을 제공했다.

도는 아울러 전세버스도 35대를 투입해 이동편의를 제공함은 물론 종합병원 24시간 진료 체계 및 심야약국을 운영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당시 공항 현장 대응에 나섰던 한 공무원은 “천재지변 상황에서 제주도, 공항공사, 적십자에서 담요와 간식을 나눠줘서 감사하다는 체류객들의 인사를 받았다”며 “부족하기는 했지만 공항 체류객 발생과 동시에 대응에 나서 한 명의 안전사고 없이 수습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도 관계자는 “비상 상황에서 비판과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에도 공항에 체류했던 많은 관광객들이 관계기관과 자원봉사자의 지원에 감사 인사를 하셨다”고 전했다.이처럼 제주도가 매뉴얼에 따른 대응과 물량 부족 사태에 대해 빠르게 대처했지만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묻지마 비난’의 모습은 SNS와 언론을 통해 그대로 나타났다.SNS와 언론에서는 이번 공항 사태를 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제주공항 사태 대응 매뉴얼 부재’를 비롯해 ‘도지사 무능’, ‘초동대처 미흡’ 등으로 경마식 보도에 치중했다. 또한 이번 공항 사태로 국민안전처와 국토부, 제주도, 공항공사의 재난 매뉴얼 개선에 대해서도 ‘이제와서?’, ‘이제껏 무얼했나’ 등의 비난 보도를 쏟아내기에 바빴다.이는 세월호를 비롯해 각종 대형사건과 이슈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같은 양상이다.개인 SNS를 차치한다 해도 재해로 인한 재난사태에 대한 언론의 대응은 선정적 제목을 통한 클릭 유도, 대안없는 비판에 그쳐 사회적 공기로써의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그나마 사후 사실관계 확인 후 ‘제주공항 1만원 박스 해프닝’, ‘제주도 대응으로 피해 최소화’ 등을 비롯해 미담 사례를 보도하기도 했다.당시 공항에 머물렀던 한 체류객은 “처음 언론보도를 보고 제주도가 일을 제대로 안 해서 이 사단이 일어난 줄 알았다”며 “공항 사태에 대해 괘씸한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며 공항 내에서 공무원 등의 대처와 지원, 희귀병 아이를 위한 약을 구하려는 공무원들의 노력을 보도를 통해 알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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