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숫자에 그리 밝지 않은 현직 기자 김모(28)씨는 법원과 검찰청을 출입하며 사건 관계인들을 접해 이름과 나이를 쓸 때마다 손가락을 꼽아본다. ‘신문 나이’ 라고 불리는 만 나이를 찾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사에 처음 입사해 더하기 빼기로 간단히 나이를 계산해 썼다가 틀려 선배에게 속칭 ‘탈탈 털린 뒤’ 생겨난 습관이기도 하다.
아마 대부분 눈치 채셨을 지도 모릅니다. 제 이야기 입니다. 올해 한국식 나이로 서른(!)살이 됐습니다. 남자는 서른 살이 멋있다며 애써 위안을 삼았지만 자못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기 전날 동갑내기 친구들과 동네에서 소주 한잔을 하면서 ‘나이 서른에 이게 뭐하는 짓이냐’ 푸념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만 나이로 세자 이제부터”하고 결의를 했습니다. 잘난 게 없어 나이를 줄이는 방법을 택했죠.
기획으로 발제를 할 생각까지도 없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고 편히 가졌던 법조팀 식사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점점 판이 커졌지요.
사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나이에 관한 문제들은 상당 부분 해결됐습니다. 그렇지만 불편하다는 것은 상당부분들 공감하실 겁니다.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저 뿐만이 아니더군요.
제 또다른 친구는 보험 설계사입니다. 저보단 숫자에 밝은 친구이긴 한데, 사람들을 만나서 보험 설계를 해줄 때마다 나이 계산이 소소하게 귀찮다고 하더군요.
보험 설계시 나이에 따라 금액이 다르죠. 상대방에게 나이를 물으면 십중팔구 상대는 한국식 나이로 답을 하죠. 그러면 이 친구는 다시 만 나이로 계산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태어난 연도를 차라리 물어본다고 하더군요.
그 잠깐의 나이 계산하는 시간 때문에 금전적으로 손해를 본다거나 하는 것은 없습니다. 어지간해서는 말이죠. 그런데 불편한 건 사실이죠.
만 나이에 대해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다 보니 점점 더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만나자마자 나이를 물어보고, 한 살 차이로 서열을 정하려고 쓰는 한국 문화도 바람직한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장유유서의 미덕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요.
1월생과 12월생의 차이, 월령효과도 문제인 것 같더라고요. 신체와 두뇌 발달 속도가 11개월이나 차이나는 7살짜리들이 같은 학년에 묶이는 것은 바람직할까요. 북유럽 일부 국가에선 분기별로 입학을 하거나 반을 나누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올해엔 고령자고용촉진법이 통과되면서 정년 연장을 놓고 만 나이 이야기가 또 나옵니다. 정년 연장을 위해 소송도 불사하는 저희 아버지 세대들의 이야기도 담았습니다.
사실 이제 저희가 할 것은 별로 없습니다. 캠페인을 하는 게 맞는 건지, 캠페인을 한다면 정부가 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주체가 나서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나이에 관해 생각해 볼 힘을 이어가기 위해 이 질문은 던져봐야겠지요.
“여러분이 하는 일은 한국 나이가 불편하지 않으신가요? 어리게 살고 싶진 않으신가요?”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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