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도이체방크의 실적하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도이체방크가 발행한 조건부자본증권, 이른바 코코본드의 이자미지급 우려가 나왔다. 유럽 은행들의 수익성 하락 우려는 공포로 전이됐으나, 공포의 수준이 지나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국내 은행들 역시 2년 전부터 코코본드를 발행해오고 있어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8일 도이체방크의 이자미지급 우려가 불거진지 약 보름만에, 전북은행은 24일 공시를 통해 800억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권의 이자미지급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 및 관련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다만 이자미지급 기준(자본비율)이 상향될 것으로 보여 이자미지급 가능성은 현재보다 높아질 여지가 있다는 진단이다. ▶코코본드 무엇이길래… 양대 위협요인은=코코본드란 특정상황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상각되거나(없어지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는 자본증권이다. 국제은행자본규제 기준인 바젤 Ⅲ 하에서 은행자본은 보통주자본과 기타기본자본(AT1), 보완자본(Tier2)으로 구성되는데, 기타기본자본 중 신종자본증권(만기 30년 이상), 보완자본 중 후순위채권(만기 5년 이상)이 코코본드다.
코코본드는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조달이 어려운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상승규제를 충족하면서 자본을 늘릴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원금상각, 이자미지급 등의 위험에도 은행이 지불하는 높은 이자를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문제는 이 2가지 위험이다. 금융당국이 코코본드 발행 은행을 ‘생존불가능시점’으로 판단하거나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는 ‘계속기업상태’가 되면 원금이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돼 투자자들은 원금손실을 입는다. 또 자본비율이 낮거나 경영개선요구 및 권고 등의 조치를 받으면 이자지급정지가 된다. 발행사가 직접 이자미지급 조치를 내리는 경우도 있다.
▶국내 은행 코코본드 이자미지급 가능성은=은행의 자본비율은 이자미지급 발동의 열쇠다. 은행감독규정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행된 코코본드의 경우 이자미지급 기준이 되는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5.125%다.
주요 금융사들의 보통주자본비율을 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우리은행은 8.3%, 신한금융지주는 12.4%, 하나금융지주는 11.5%, BNK금융지주는 7.3%, JB금융지주는 6.9%다. 때문에 24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보고서를 통해 “2015년 말 이전 국내 은행들이 발행한 코코본드의 이자미지급 조건은 자본비율이 배당을 제한할 수 있는 기준에 미달하고 배당가능이익도 충분하지 않을 경우”라며 “발행자의 임의적인 판단에 의해 이자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으나, 은행의 평판리스크를 감안할 때 암묵적으로 의도적인 이자미지급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채권전략팀장도 “2016년 이후 발행하는 코코본드의 이자지급재원이 ‘상법 상 배당가능이익’에서 ‘유보 후 당기순이익’으로 감소함에 따라 투자위험이 다소 증가했지만 해당 요건은 발행사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자본비율이 상기 특정 수준 미만으로 하락하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 발동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위험은=그럼에도 한신평은 “현 시점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적으나 향후 이자 미지급 가능성은 증가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자기자본비율 강화에 따라 이자지급을 제한할 수 있는 자본비율이 매년 조금씩 오르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시스템적중요은행(D-SIB)의 경우 1%의 추가자본비율이 요구되고 경기대응완충자본(0~2.5%), 자본보전완충자본(2.5%)까지 더하면 D-SIB는 최대 10.5%, 기타은행은 9.5%의 보통주 자본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이 경우 현 수준이 유지된다면 우리은행, 전북은행,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는 기준치를 하회한다는 것이 한신평의 분석이다.
한신평은 “향후 코코본드 발행사의 자본비율이 이자미지급 기준을 충분히 상회하지 않는다면 코코본드의 신용도 평가에 있어 발행사의 향후 자본확충계획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더욱 필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코코본드 인기하락?=자본비율 규제강화는 오히려 코코본드의 성장기회이기도 하지만 시장의 우려는 발목을 잡고 있다. 박일문 한신평 연구위원은 “자본비율이 높은 은행은 코코본드 발행을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자본비율이 높은 은행일수록 코코본드 발행유인이 적고, 오히려 자본비율이 낮은 은행은 이자미지급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코코본드 발행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리스크 측면에서 자산운용사들이 펀드에 편입하지 않을 수도 있고, 여러가지로 예전보다 수요가 더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고 봤다. 수요가 줄어들면 이자율이 높아질 수 있고, 이자는 금융사의 비용적 부담이다. 결국 금융사는 코코본드가 아니라면 자본비율강화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 혹은 위험가중자산 등의 감소 등을 통해 자본비율을 높일 것이란 예상이다.
더구나 도이체방크 사태로 코코본드 가격이 급락했고, 우리은행은 약 3000억원, 신한은행은 약 6000억원의 코코본드 발행 시기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에선 지난 2014년 4월 우리은행이 후순위채 10억달러를 최초 발행한데 이어 그해 9월 JB금융지주가 신종자본증권 2000억원을 발행한 이후 지난해만 5조2000억원의 코코본드가 발행됐다. 총 발행액은 지금까지 8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코코본드 이자미지급, 부도일까=이자미지급 논란은 은행의 신용평가로 이어진다. 채권이자 미지급이 부도냐 아니냐의 문제다. 코코본드의 경우엔 조금 애매하다.
박일문 연구위원은 “채권평가는 원리금 지급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인데, 이자가 단돈 1원이라도 원래 계획되어있던 일정에 맞게 지급이 안되면 부도(디폴트)로 본다”며 “코코본드의 경우는 아예 조건상에 이자를 미지급해도 부도가 아니라고 규정해놓아 애매하다”고 말했다. 기업 신용등급을 매겨야 하는 신용평가사 입장에선 곤란한 부분이다.
박 연구위원은 “이자미지급을 부도로 보느냐, 일정부분 부도수준의 등급으로 평가하느냐는 얘기가 오가며 내부적으로도 논란”이라고 말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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