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같은 ‘분노’로 떴지만 다른 ‘분노’로 표심을 잃었다. 공화당 선두주자이자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 부동산 재벌과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에 대한 이야기다.
2016년 미국 대선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분노’라는 말이 무색하게 샌더스는 정계 ‘관록’의 상징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밀렸다. 외신은 샌더스가 민주당 유권자들의 ‘분노’의 실체를 잘못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민주당은 ‘분노’하지 않았다…민주당 유권자, 현 생활에 비교적 ‘만족’=
지난 1월 미국 갤럽 조사에서 87% 민주당 유권자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삶과 경제적 여건에 대해 “비교적 만족한다”고 답했다. 지난 1월 워싱턴포스트-ABC 설문조사에서도 기성정치 세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민주당 지지자들도 응답자의 34%에 불과했다. 미국 갤럽의 프랭크 뉴포트 편집장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지만, 자세히 보면 분노의 종류가 다르다”며 “유권자들은 특정 유권자들보다도 어느 정당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샌더스, 민주당 본연의 색 잃어…인종ㆍ이념ㆍ성 문제 관철하지 못한 선거운동이 패착=
민주당의 특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이슈를 말하면 단연 ‘총기 규제’, ‘다문화주의’, ‘동성애ㆍ트렌스잰더 인정’, ‘낙태 인정’ 등이 있다. 하지만 샌더스는 자신의 ‘경제 개혁론’에 집착해 다수의 민주당 유권자들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들을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경선에서 민주당의 흑인 유권자들은 힐러리 클린턴에게 거의 ‘몰표’를 던졌다. 흑인 유권자 비중이 많은 앨라배마와 텍사스, 버지니아, 조지아에서 힐러리는 3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샌더스를 따돌렸다. 특히, 흑인 유권자 비중이 50% 웃도는 앨라배마에서 힐러리와 샌더스 간의 격차는 63%포인트에 달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흑인 유권자의 90%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샌더스는 오바마의 정책을 ‘잘못됐다’고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네바다 경선을 통해 샌더스를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관측됐던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표심도 엇갈렸다. 샌더스는 중남부 콜로라도 주에서 히스패닉계 백인의 지지를 얻었지만 히스패닉계 비중이 많은 텍사스에서는 부진했다.
젊은 백인의 진보층 외에 40~60대의 백인층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샌더스가 백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다수 확보한 것도 아니다”며 “버지니아, 아칸소, 조지아, 앨라배마, 테네시 백인 유권자의 다수도 샌더스가 아닌 힐러리를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이 그간 논의해온 문제보다도 자신의 소속정당의 정책관행을 비판하는 데에 치중한 탓“이라고도 분석했다.
샌더스는 백인 유권자 비중이 많은 민주당 경선 지역에서 약진했다. 샌더스는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에서 86%의 지지율은 얻었다. 버몬트는 백인 유권자 비중이 많은 경선 지역이다. 매사추세츠 주에서도 샌더스는 힐러리와 2.2% 격차를 보였다. 비록 힐러리에게 패했지만 흑인 유권자들의 비중이 많은 지역보다 훨씬 선전했다. 샌더스가 승리한 남부의 오클라호마 주 역시 백인 유권자가 많은 지역이다.
이번 경선으로 힐러리와 샌더스는 각각 453명과 284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총 2383명의 대의원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힐러리와 샌더스가 각각 확보한 대의원 수는 각각 544명과 349명이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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