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한옥 우수성과 전통의 아름다움 알리겠다” -글로벌 럭셔리 업계 ‘헤리티지’ 집중 트렌드 동참 -펜디 회장 “현대성-영속성 접목, 고객유치에 필수”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이부진(46) 호텔신라 사장이 결국 ‘한옥호텔’을 품에 안았다. 4전 5기 ‘뚝심’으로 일궈낸 숙원사업이다.
이는 호텔신라가 최근 명품과 호텔업계를 축으로 ‘헤리티지(전통)’에 공을 들이는 글로벌 럭셔리 산업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이 담긴 전통 한옥호텔을 통해 글로벌 명사들에 차별화된 만족도를 선사하겠다는 복안이다. 대만의 화려한 기와가 돋보이는 원산호텔이나 20세기 초 영국 에드워드 시대를 반영한 127년 전통의 런던 사보이 호텔, 영국 식민지 시대 지어진 홍콩의 최고급 호텔 페닌슐라와 같은 역사와 스토리가 담긴 한국 대표 호텔로 한단계 도약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서울도심 최초 ‘한옥호텔’ 왜?=한옥호텔은 장충동 소재 현 신라면세점 부지를 헐고 지어진다. 연면적 1만9494㎡(축구장 2.7배)에 지하 3층~지상3층 규모다.
객실은 총 91실로 최고 높이 11.9m의 높낮이가 다른 한옥이 한데 모여있는 구조다. 완공연도는 2022년이다. 서울시는 지난 2일 신라호텔이 장충동에 전통한옥호텔을 짓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이번 허가와 관련 “제대로 된 한국의 전통호텔을 지어 한옥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한옥호텔은 전통 양식에 따라 나무기둥과 보로 뼈대를 세우고, 지붕에 기와지붕 틀을 올릴 계획이다. 처마는 앞쪽으로 최소 1.2m 이상 나오고 창호는 세실창호(가는 띠로 촘촘히 짜넣은 창살)로 만들어진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한옥호텔 건립으로 3000억원의 투자 효과가 발생하고 완공 뒤 1000여명을 고용할 계획”이라면서 “주변 성곽길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한옥호텔을 건립해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한옥호텔과 한양도성과의 거리는 29.9m다.
▶세계 럭셔리업계 ‘헤리티지’ 집중=이부진 사장이 호텔 경영 승부수로 ‘한옥’을 고집한 이유는 글로벌 럭셔리 산업이 ‘헤리티지’에 집중하고 있는 최근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이 사장이 직접적으로 ‘한옥호텔’과 관련한 경영전략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명품업체가 문화유산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그 뜻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는 문화유산 지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프랑스의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그룹에 속한 펜디(FENDI)는 2013년 로마 명소 ‘트레비 분수’ 복구에 220만유로(29억원)를 투입했다. 최근에는 17세기 로마 외곽에 지어진 5층짜리 건물 ‘팔라조 펜디(Fendi Palace)' 복구 공사를 완료했다.
LVMH를 이끌고 있는 프랑스 재벌 베르나드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 역시 지난해 이탈리아 문화 프로젝트를 위해 1억유로(1320억원)를 투자했다. 펜디는 본래 이탈리아 명품 프라다가 갖고 있었지만, 2001년 LVHM그룹이 2억6500만달러에 펜디 지분을 인수하면서 LVHM에 넘어갔다.
피에트로 베카리(Pietro Beccari) 펜디 회장 겸 CEO는 최근 영국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고객들은 매우 높은 지식 수준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무척 변덕스럽다”며 “이 두가지 점을 고려할 때 현대적인 것과 시간을 초월한 것을 접목시키는 것은 고객의 관심을 끌기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고객들은 브랜드의 가치를 공유하길 원한다. 더 많이 알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결코 단순한 상품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고객들에게 로마 건축물과 예술작품과 같은 우리의 미적 ‘화신’이 담겨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고 싶다. 헤리티지에 투자하는 것은 매장을 확대하고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헤리티지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펜디 뿐이 아니다. 명품 브랜드 토즈(Tod’s)와 로저 비비에(Roger Vivier)를 보유한 억만장자 디에고 델라 발레(Diego Della Valle)도 2011년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을 정화하는데 2500만유로(330억원)를 투입했다.
명품 구두로 유명한 살바토레 페레가모의 최대 소유주 페레가모 일가는 자신들의 기반이었던 플로방스 지방의 피렌체 소재 ‘우피치 미술관’ 보수를 위해 60만유로(8억원)를 냈다. 디젤(Diesel)과 마르니(Marni),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가 렌조 로소(Renzo Rosso)는 베니스의 리알토 다리(Rialto bridge)를 리노베이션하는데 500만유로(66억원)를 쾌척했다.
이밖에도 의류 브랜드 브루넬로 구치넬리(Brunello Cucinelli)의 창업주 브루넬로 구치넬리 역시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Umbria) 지방 에트루스칸 아치를 복구하는 데 100만유로(13억원)를 내놨다.
FT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판매는 지난해 고작 1% 성장했다. 중국의 경기감속으로 올해도 지난해 성장을 넘어설 것이라는 낙관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펜디는 현재 210개(중국만 19개)인 글로벌 매장을 추가하는 대신 헤리티지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그만큼 헤리티지 보존이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승부사’ 이부진=이부진 사장은 삼성가 2세 중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가장 닮은 자녀로 평가 받는다. 외모 뿐 아니라 성격ㆍ회사 경영 스타일, 승부사적 기질까지 꼭 닮았다. 이번 한옥호텔 허가로 이부진 사장이 호텔과 면세점 사업이라는 ‘두토끼 잡기’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사장은 2011년 2월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이후 강력한 사업 추진력과 카리스마로 ‘리틀 이건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2010년 콧대 높기로 유명한 명품 프랜드 루이비통을 인천공항 내 신라면세점에 입점시키고, 2013년에는 34년 만의 리뉴얼로 품격을 높인 신라호텔 1층에 페닌슐라 호텔 등 세계 최고급 호텔 입점만을 고집하는 영국 최고가 보석 브랜드 그라프를 유치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세계 1위 면세업체인 DFS를 꺾고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의 시계 매장 운영권을 획득했다. 국내에서는 HDC아이파크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 오는 25일 오픈을 앞두고 있다. 하반기에는 태국 시내 면세점을 오픈하며 해외 진출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여기에 ‘한옥호텔’ 건설이 호텔과 면세점 사업에 어떤 시너지를 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삼성물산(5.5%)과 삼성SDS(3.9%) 등을 보유한 이부진 사장의 총 자산은 2조1483억원으로 평가된다. 국내 부호 순위 9위다. /cheon@herladocorp.com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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