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 부산에서 근무하는 이 모(30ㆍ여)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퇴사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두 달 전 결혼이 화근이 됐다. 회사 측은 지금껏 결혼한 여직원이 일한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그만둘 것을 강요했다. 이 씨는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장과 대표이사를 남녀 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로 노동청에 고소했다.

이 씨처럼 결혼이나 출산 후 회사를 그만둘 것을 강요받는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후 퇴사를 종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성차별적 행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결혼, 출산 등으로 인한 여성 근로자들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간선택제를 도입해 추진 중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림의 떡’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여성이 결혼 또는 출산 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전일제 근로자보다 짧게 일하면서 결혼준비, 육아 등을 병행할 수 있는 시간선택제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이후 시간선택제 전환기간이 끝나면 다시 전일제로 돌아갈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 뒀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시간선택제를 활용하는 여성 근로자는 소수에 그쳤다.

지난 9일 서울 디지털산업단지에서 열린 ‘여성 일자리 대책 관련 현장 간담회’에서 여성 중소기업 근로자들과 산업단지 관계자들은 정부의 현실감 떨어지는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 여성 근로자는 “시간선택제를 몰라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간선택제를 택하기도 전에 퇴사를 강요받는 것이 문제”라며 “현실과 정부의 정책 간 괴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에 출산과 육아로 인해 여성의 취업을 제한하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정부가 밝힌 시간선택제 우수 사례를 들으니 마치 외국에 있는 느낌이 든다”며 “시간선택제 활용 기업 명단을 공개하는 등 기업의 인식을 바꾸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시간선택제가 안 되는 이유로 “기업에 비용이 따른다는 생각, 사업주나 동료의 눈치를 보는 사내눈치법” 등을 꼽으면서 “기업의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과 동시에 시간선택제가 손해가 아니라는 확신을 줄 수 있도록 성공 사례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