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다음 달부터 대기업들의 중소ㆍ벤처기업 관련 기술유용 실태에 대한 직권조사가 시작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하도급거래 서면 실태조사를 통해 대기업의 기술유용에 대한 직권조사를 4월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권조사란 피해 당사자의 신고가 없어도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불공정행위 의심 사업장을 조사하는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10만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도급법 부당 감액ㆍ반품 등 불공정 행위 실태를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일부 업체들의 기술유용 혐의가 드러났다. 공정위는 대기업들이 특허 등 중소기업의 기술 자료를 요구할 때 서면교부 의무를 준수했는지 여부도 조사하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원청기업은 하청기업에 기술자료를 요구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반드시 주고받은 기술자료를 서면으로 남겨야 한다. 분쟁의 소지를 막고, 중소기업의 법적 보호를 위해서다.
그동안 하도급 관계에서 발생하는 기술유용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지만 정작 제재를 받은 사례는 많지 않다.
2010년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자료 요구ㆍ유용을 금지한 하도급법상 규정이 만들어졌지만 이후 6년간 제재 사례는 LG화학 한 건뿐이다. LG화학은 2013년 3∼10월 디지털 인쇄 방식을 이용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던 배터리 라벨 제조 하청업체에 기술 자료를 23차례에 걸쳐 요구해 받아냈다. 이후 하청업체와 거래를 중단한 뒤 넘겨받은 기술로 중국법인에서 직접 배터리 라벨을 생산하다 공정위에 적발돼 지난해 과징금 1600만원을 부과받았다. 해당 하청업체는 라벨 사업을 접었다. 이전에는 LG하우시스가 정당한 이유 없이 기술 자료를 받았다 적발됐지만 해당 기술을 유용했다는 증거가 없어 시정명령 조치만 내려졌다.
제재가 힘든 이유로 기술 자료를 강제로 받아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려운데다 하청업체들의 신고도 활발하지 않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에 공정위는 올해부터 대기업의 기술유용 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였다.
지난 1월 하도급법 시행령이 개정돼 하반기부터는 법 위반금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기술유용 사건의 경우 공정위가 5억원 이내에서 정액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기술유용 제재 강화는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 때도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 안건으로 포함됐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기술 확보를 원하는 대기업이 중소ㆍ벤처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인력을 빼가거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기술을 탈취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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