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월 경제전망은 이랬다. “한국은 안정적 성장세, 미국과 영국은 성장세 둔화.”
향후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는 34개국 중 4번째로 높은 순위에 올려졌다. 세계경제가 어려운 가운데도 한국경제의 경기흐름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있다는 미래의 ‘시그널’이다.
‘봄이 온다’는 신호는 영화관에도 키즈매장에도 들고 있다. ‘베테랑’, ‘암살’ 등 히트작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극장가는 연일 발 딛을 틈이 없을 정도다. 지난 2월만 해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관객이 27%나 늘었다. 한 때는 경기선행지표로 쓰이던 키즈용품 매장도 연일 진풍경이다. 장난감을 사기위해 부모들이 휴가를 내고 긴 줄을 늘어선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수출시장에도 ‘구리박사(Dr. Copper)’가 보낸 시그널로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구리라는 것은 선박, 전선, 항공기 등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보니 구리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은 지구촌 경기가 좋아진다는 의미다. 게다가 IMF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교역증가율이 지난해 3.9%에서 올해 4.8%까지 증가할 것이다”고 점쳐 연말 수출전망은 밝은 편이다.
경기에 대한 긍정신호도 신호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우리경제를 이끌어 가는 경제주체들의 경기회복에 대한 ‘믿음’과 ‘의지’다.
미국의 경제학자 카스(Cass) 교수는 경제가 가지고 있는 근본여건에 변화가 없더라도 경제주체의 기대가 바뀌면 실물경제도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했고, 영국의 경제학자 피구(Pigou) 교수는 기업인의 기대변화가 산업생산을 움직인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결국 나라경제라는 건 ‘자기실현적 기대(Self-fulfilling expectations)’를 따르게 돼 모두가 좋아진다고 믿으면 정말 좋아진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을 품자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한국경제 회의론에 사로잡혀 시그널을 놓치는 우를 범하기 보다는 위기감(Sense of Urgency)을 갖고 희미한 시그널을 또렷하게 바꿔나가는 의지를 갖자는 얘기다.
실제로 우리의 기업가정신은 국회에 계류중이다. 미래의 청년일자리는 의료, 관광, 금융 같은 서비스산업에서 나오고 선진경제권에 들기 위해서는 낡은 규제의 틀을 바꿔야 하는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은 정치논리에 발목잡혀 있다. 사회적 합의가 하루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들도 낡은 경영관행을 벗어야 한다. 대한상의가 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직 건강검진을 실시해 보니, 절반이 넘는 기업들이 글로벌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저질체력이란 얘기다. 기술혁신 뿐 아니라 업무프로세스, 가치관 공유, 평가시스템 등 일하는 문화의 혁신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얼마전 ‘시그널’이란 TV드라마가 호평 속에 종영됐다.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과거 그리고 미래의 희미한 시그널을 바탕으로 미제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스토리다. 시청자들이 꼽은 명대사는 “바뀔 수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라 한다. ‘경제에도 봄은 반드시 온다’는 희망을 갖고 희미한 시그널을 향해 달려가 보는 것은 어떨까.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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