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곡물값이 날씨보다는 종자개량이나 농업기술로 결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제는 곡물생산과 가격이 날씨에 의해 좌우되는 하늘의 몫이기보다는 농업기술의 진화로 결정된다는 주장이다.
18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의하면 작년에는 편서풍사행(뱀처럼 휘어부는 현상)이나 북극진동 등의 영향으로 세계 곳곳에서 이상한파나 폭염, 폭우가 많았다. 예년이라면 곡물투기꾼들이 돈을 벌어들이는 기회였겠지만 이번엔 달랐다. 재고가 줄지 않고, 곡물가격도 요동치지 않은 것이다. 과거 국제곡물시장에서는 날씨변화가 심한 6∼8월 전후의 시세를 일반적으로 ‘날씨시세’라고 불렀지만 이젠 옛말이 될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
▶사상 두 번째 강력한 엘니뇨에도 영향 미미=작년에도 사상 두 번째 규모라는 엘니뇨 현상이 세계를 강타했지만 곡물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엘니뇨는 페루 앞바다의 해수온도가 평년보다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이 영향으로 미국의 곡창지대는 지역에 따라 고온이거나 강수량이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6∼8월 생육시기에 고온이 이어지면 단위면적당 수확량은 줄어들고,강수량이 늘면 씨앗 유실이나 수확 지연으로 수확량 감소로 연결된다.
하지만 강력한 엘니뇨 현상에도 2015∼2016생산년도 미국산 옥수수의 단위면적당 수확량은 전년보다 2% 감소하는데 그쳤다. 2012년 엘니뇨 현상 때 4% 감소한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오히려 이번에는 엘니뇨에 따른 강수가 생육에 도움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엘니뇨 탓에 건조해지기 쉬운 호주의 밀 수확량도 전년보다 늘었다.
▶농업기술 진보와 종자 개량, 날씨 보다 더 중요 =배경에는 농업기술의 진화가 있다. 미국에서는 파종시기에 비가 많으면 과거엔 파종을 포기한 적이 많았다.
그러나 작년에는 기계의 개량으로 파종에 걸리는 한 시간이 단축됨에 따라 비가온 뒤에 단숨에 파종을 한 농가가 많았다. 강수량이 늘었을 때 2~3일이면 땅에서 과잉수분을 제거하는 기술도 보급됐다.
종자개량도 중요한 요소다. 건조했던 호주나 고온이 이어진 남미에서도 밀 수확량에 별 영향이 없었던 것은그런 날씨에서도 재배가 가능한 품종이 늘었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나 인도처럼 기상 악화로 수확량이 줄어든 나라도 있지만 부족분은 재고나 다른 나라의 수확량 증가로 보충해 공급불안은 거의 없었다.
날씨의 영향을 극복하려는 생산지의 노력은 곡물 시세에도 반영됐다. 2012년만 해도 미국 곡창지대에 가뭄이 심해지자, 옥수수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옥수수 선물가격이 8월 하순 한때 사상 최고가인 1부셸당 8달러대로 상승했다. 여기에는 미연방준비제도(Fed)에 의한 금융 완화책으로 투자자금이 시장에 넘치면서 상승이 예상되던 곡물시장에 유입된 영향도 있었다.
이에 반해 엘니뇨가 있었던 작년은 대체로 1부셸당 3달러대 후반으로 전환했다.
작년 6월 한때 1부셸당 4달러대를 기록한 뒤에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올해도 날씨에 의한 가격변동 가능성이 관심사다. 엘니뇨 다음해에는 페루 앞바다 해수온도가 내려가는 라니냐 현상이 나타나기 쉽기 때문이다. 라니냐 때는 미 곡창지대에 비가 줄면서 수확량이 감소할 수 있다. 이전 라니냐가 관측된 2006∼2007생산년도에는 미 옥수수 수확량이 5% 줄었다.
그럼에도 올해 라니냐가 발생해도 그 영향은 한정적일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온다. 날씨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진데다, 작년 엘니뇨 피해가 적어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서다. 옥수수의 세계 재고는 사상 최고 수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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