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예약을 해 놓고 취소 없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해당 고객에게 위약금을 물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자율적으로는 가능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예약부도(No-show)’ 관련 법이 없어 위약금 부과 등 제재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식당 등 외식업종 자체적으로 예약금을 걸든지 사전 취소 없이 나타나지 않았을 경우 위약금을 내게 할 수는 있다. 공정위는 예약부도와 관련해서는 법적 제재보다 사업자와 소비자 간 자율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 소비자 단체에서는 예약부도가 발생했을 경우 최소한의 위약금을 내게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정위의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중 하나로 사업자 계약서 약관에 예약부도 시 위약금 부과라는 조항을 넣으면 된다는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한 실무자는 “철도, 항공사 등은 일정 기간 내 예약 취소 시 위약금을 부과하지만 식당 등 요식업종은 관련 근거가 없어 고스란히 피해를 떠 안고 있다”며 “하루 전에 예약을 취소하지 않고, 나타나지 않았을 경우 3~5% 위약금을 물리는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무자는 본인이 소비자단체 소속돼 있으면서도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는 이제 소비자들도 혜택을 누리려면 그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져야한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항공사의 경우 신용카드를 통한 선(先)결제, 위약금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10년 전 20%였던 예약부도율이 4~5%대로 내려갔다. 대형병원들도 전문 콜센터 시스템을 구축해 진료 하루 전이나 당일에 예약 환자에게 일정을 다시 안내하는 방식으로 예약 부도율을 크게 낮췄다. 반면 영세 식당이나 이ㆍ미용실 등은 예약부도로 인해 여전히 피해를 보고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음식점과 병원, 미용실, 공연장, 고속버스 등 5대 서비스 업종에서 예약부도로 인한 매출손실이 4조5000억원, 고용손실은 10만817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공정위는 올해의 중점 과제로 ‘예약부도 근절‘을 정하고, 캠페인과 홍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예약부도와 관련된 사전 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채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예약부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공정위는 각 서비스업종에서 발생하는 예약부도 비율이나 추이, 이로 인한 피해규모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약부도 시 식당이 입는 매출손실이나 고용손실 등도 민간 연구원 조사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면서 위약금 등 법과 제도를 통해 예약부도를 근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25일 외식업종사자들을 만나 예약부도에 따른 어려움을 듣고, 캠페인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캠페인만으로는 관행이 돼 버린 예약부도가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공정위도 이제 캠페인과 함께 위약금이나 예약금, 선 결제 문화 정착을 검토해 볼 때다. 소비자들이 혜택과 동시에 의무와 책임을 중요시하는 인식 개선을 유도하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