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올 봄에도 가뭄이 예상되면서 본격적인 농번기에 접어드는 4~5월 전에 농업용수로 쓸 저수량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3년 만의 극한 가뭄이 왔을 때도 정부는 지역마다 필요한 물의 양이 다름에도 기존에 해 오던 통상적인 방식으로 생활 및 농업용수 등을 공급하다 물 부족 사태를 겪었다. 따라서 이번에는 각 지역마다 필요한 물의 최적량을 사전 조사해 저수량과 공급량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31일 안전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가뭄 취약지역에 지하수 개발, 양수장 설치 등을 통해 용수원을 개발하고, 농업용수 부족이 우려되는 200여개 저수지의 경우 인근 하천 수를 이용해 물채우기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올 봄 가뭄에 대비해 댐 용수 등 저수량을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게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지난해 43년 만의 가뭄 여파가 여전히 저수량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다 올해 강수량이 지난해 수준에 그친다면 또 다시 가뭄사태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훈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은 “댐 주변에 있는 지역의 경우 물 부족 시에 농업용수를 원활히 공급받을 수 있지만 그 외 지역은 농업용 저수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이들 저수지는 댐에 비해 저수량이 적어 모내기철에 들어서면 농업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각 지역의 댐이 확보하고 있는 물을 최적량만 흘려보내고 나머지는 가둬뒀다 비상시 필요한 지역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데 충남 보령댐의 경우 저수량이 적은만큼 농번기 때를 대비해 주변 지역마다 필요한 생활 및 농업용수 양을 세부적으로 조사해 흘려보내는 물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김 국장은 또 현재 저수량이 풍부한 소양감댐과 충주댐의 물을 확보해뒀다 저수지 의존도가 큰 지역에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강을 수계로 하는 소양강댐의 저수율은 51.8%, 평년 대비 120% 수준이고, 충주댐도 저수율도 46.5%로 평년대비 111% 수준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다.

보, 저류지 등 지역맞춤형 소규모 저류공간 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역 특성에 따라 맞춤식 물 저장소를 여러 개 구축해 가뭄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면적의 82%가 산지로 이뤄져 댐으로부터 농업용수를 공급받기 힘든 강원도의 경우 보나 저류지 설치가 도움이 된다. 이규탁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강원본부장은 “강원도는 산악지형 특성상 고도가 높은 산간지 밭까지 송수관을 설치해 물을 공급하기에는 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이 크다”며 “산간계곡에 소규모의 보나 저류지를 상류에서부터 다단계로 설치하면 가뭄시 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지하수 관정 개발과 함께 하수처리수의 공업 및 농업용수 재이용 사례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권수열 한국물환경학회 회장은 “최근 가뭄이 심화되면서 지하수 관정 개발을 통해 농업용수를 긴급 공급하는 게 중요해졌다”며“연중 일정한 규모로 대량 발생하는 하수처리수를 공업이나 농업용수 등의 대체 수자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