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분당판교]상표등록은 특허등록보다 훨씬 간단해 보인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상표 관리에는 수많은 함정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상표가 너무 복잡하면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힘들다. 그렇다고 너무 단순해도 안된다. 너무 간단하고 흔히 있는 표장만으로 된 상표는 등록할 수 없다(상표법 제6조 제1항 제6호). AB, AA, BB 같은 것들이 그렇다. 상표에는 약간의 복잡성이 필요하다.상표등록을 마쳤다고 안심해서도 안된다. 물론,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할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에 관하여는 먼저 출원한 자만이 그 상표에 관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상표법 제8조 제1항). 하지만 거기에도 함정이 있다. 등록되지 않았지만 먼저 사용되고 널리 알려진 유사한 상표가 있었다면 뒤늦게 등록된 상표는 무용지물이 된다.K2라는 등산용품 회사가 있다. 'K2'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해 2000년 11월부터 몇 개의 상표를 등록했다. 하지만 'K2'라는 글자만으로 된 상표는 여러 번 등록을 거절당했다. 간단하고 흔히 있는 표장만으로 돼 있다는 이유였다. 디자인으로 처리한 것은 특정인이 독점해도 되지만 글자 자체를 독점할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K2는 그 상태로 사세가 점점 확장 됐다. 그러자 K2라는 단어가 들어간 디자인을 누군가 여러 개 만들어 상표로 등록하기 시작했다. 이들 상표를 부착한 등산용품도 여기저기서 팔려나갔다. K2로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하지만 'K2'라는 단어의 독점권 없이는 그들을 몰아내기 어려웠다.그러던 중 반전이 일어났다. K2가 마침내 상표권을 인정받은 것이다. 대법원이 2008년 9월 “K2표장이 이미 2004년경 국내에 상품표지로서 널리 알려져 주지성과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판단했다. 거래자나 일반 수요자들이 K2를 널리 인식하게 됐으므로 특허청이 더 이상 그 상표의 등록을 거절할 수 없다는 말이다. 어떻게 된 일인가? 간단하고 흔히 있는 표장만으로 된 상표라도 "상표출원 전에 상표를 사용한 결과 수요자 간에 그 상표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것"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상표법 제6조 제2항). 이처럼, 죽었던 상표권도 부활할 수 있다.그럼 K2라는 단어가 들어간 디자인으로 상표를 등록하고 등산용품을 판매하던 회사들은 어떻게 될까? 상표법으로 처벌하기는 힘들다. 그들도 등록된 상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대신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처벌을 받는다. K2라는 단어가 들어간 디자인을 상표로 등록 출원한 행위는 “자기의 상품을 다른 업자의 상품과 식별시킬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일반 수요자로 하여금 타인의 상품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여 부정한 이익을 얻을 것을 목적으로 형식상 상표권을 취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애초에 K2가 적절한 복잡성을 가미한 표장을 상표로 등록하고 그것을 널리 알렸다면 문제가 이렇게 복잡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건만 잘 만들어서 열심히 팔자는 생각은 위험하다. 처음부터 상표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동구 변호사
js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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