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ㆍ유은수ㆍ이은지 기자] 강남은 철옹성이다. 총선이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의 텃밭으로 공고한 지지율을 보였던 대구와 광주, 영남과 호남마저도 들썩이고 있지만, 이른바 서초, 강남, 송파 등 강남 3구의 선거구 8곳의 새누리당 지지는 요지부동이다. 새누리당이 무공천지역으로 결정한 송파을에서만 여권 무소속의 김영순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최명길 후보와 경합 우위를 보이고 있을 뿐, 이곳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다. 새누리당은 7곳을 우세 지역으로 꼽았다. 강남이 대한민국 마지막 무풍지대가 된 것이다. 제주대 서영표 교수(사회학과)는 “영ㆍ호남과는 다른 새로운 양상의 지역감정”이라며 “수도권-비수도권, 강북-강남이 새로운 구도의 지역감정이 될 확률이 높다, 그 중에서도 ‘강남주의’는 최후의 지역감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역대 총과 최근 전국단위 선거에서의 새누리당(전 한나라당) 지지율은 상승하고 결집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여당 ‘강남불패’의 신화를 찾아 현장으로 향했다.

지난 4일 오후 강남 도곡동 타워펠리스(강남 병) 앞. 카페에는 가정주부로 보이는 중년여성들이 삼삼오오 앉아있었다. 어린 자녀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하원을 기다리는 젊은 엄마들도 눈에 띄었다. 편한 차림새였지만 가방은 누가 봐도 명품브랜드였다. 옥외 주차장에는 벤츠와 BMW, 에쿠스, 제네시스 등 고급 수입차와 대형 세단이 쉼없이 들락날락했다. 단지 내 스피커에서 잔잔한 뉴에이지 음악을 계속 흘렀다. 주차장에서 만난 타워팰리스 거주자 한모씨(78ㆍ무직)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계속 지지해왔다, 이번에도 새누리당 찍을 가능성이 100%”라며 “경험이 있고 안정적이니까”라고 했다. 후보와 공약은 모른다고 했다. 여당의 공천파동에 대해선 “상관없다”며 “김무성 대표와는 같은 대학원 선후배”라고 했다. 주부 이모씨(36)는 “아무래도 새누리당 지지했다”며 “집안이 경상도 출신이라 부모님도 지지하고 익숙하다”고 했다. 주부 전모씨(54)도 “후보가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이번에도 새누리당을 뽑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여당이라 익숙하기도 하고 야당은 북한 퍼주기해서 제일 문제”라고 했다. 박모씨(56ㆍ공무원)는 “1번 뽑을 것”이라며 “새누리당 후보 여자라고, 18대 국회의원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이은재 전 의원이다. 새누리당의 공천 잡음에 대해선 “크게 상관없다”고 했다. 도곡동 아카데미스위트에 거주하는 회사원 박모씨(30)는 “새누리당 후보에 투표할 것”이라며 “강남 주민들은 재산세가 서울시로 공동분배되는 것을 민감해 하는데 새누리당 후보는 그걸 없애겠다고 하는데도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역과 상관없는 출산장려하겠다는 말만 하더라”고 했다.

같은 강남 병 선거구에 있는 삼성동 아이파크는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함께 강남에서도 최고급아파트로 꼽힌다. 기자가 아파트 단지 입구로 들어서 10m쯤 걸으니 정장을 차려입은 젊은 직원이 “어디가는 길이냐”고 물었다. 친구를 만나러 왔다고 하니 동ㆍ호수를 알아야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자에게 “일단 나가달라”고 했다. 타워팰리스와 아이파크 모두 대로변에 있고, 5시간 가량을 취재했지만, 유세차는 물론 선거운동원조차 보이지 않았다. 현수막은 각 아파트에서 100m쯤 바깥 큰 사거리에서나 볼 수 있었다. 아이파크 거주자인 김모씨(27ㆍ대학생)는 “다 비슷한데 그나마 1번을 찍겠다”며 “공보물을 좀 훑어봤는데 후보는 아직 잘 모르겠고 공약은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 최모씨(57ㆍ주부)는 “그래도 새누리당”이라며 “원래 보수 성향이 강하지 않았는데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종합부동산세)로 ‘멘붕’이 왔다, 진보 쪽 후보가 되면 세금 더 내고 이런 게 두렵다, 그 사람들은 부자를 나쁜 놈으로 만들지 않나”고 말했다. “후보나 공약은 모른다”며 공천 파동에 대해선 “그런 건 늘 있어왔던 문제라 별로 신경 안 쓴다”고 했다. 최씨는 “여기 아파트(아이파크) 사람들은 대부분 1번 뽑는다고 한다”며 “왜냐하면 이해관계에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쪽을 선택하지 굳이 피해 보려고 안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아파트주민 황모씨(66ㆍ사업가)는 “야당의 이념적 성향과 소득분배 정책을 반대한다”며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하면서 첫 해에 5천여만원까지 세금을 내봤다, 부자증세에 거부감 있다, 시장경제체제에안 맞는 것 같다, 북한에 종속되고 싶지 않아서 햇볕정책 펴는 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앞. 명품관으로 유명한 이곳은 강남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앞에는 고급 세단이 기다렸다가 연신 누군가를 태워갔다. 일반 택시보다는 모범택시가 더 많은 것도 눈에 띄었다. 구청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 외에 총선 홍보 플래카드는 찾기가 어려웠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단지 중 하나인 반포자이(서초갑)도 마찬가지였다. 아파트 내 산책로와 골프장, 수영장, 사우나 시설 등의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이곳은 총선 캠페인으로 시끄러운 바깥과는 ‘별세계’였다.

압구정 한양아파트에 거주한다는 허모씨(65ㆍ주부)는 “마음에 둔 후보는 있으나 말은 못한다”면서도 거듭 “나는 당은 안 바꾼다, 그냥 하던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다, 그냥 지금 정권이 계속해야 된다”고 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산다는 조모씨(72ㆍ주부)는 새누리당 공천파동을 지적하는 기자에게 목소리를 높이며 “그게 무슨 상관이냐, 일 잘하는 사람 뽑는 게 중요하지”라고 했다. 기자에게 “뭐야, 지금 어느 편 대변하러 온 거냐”고도 반문했다. 타워팰리스 거주자로 백화점에 나들이 나왔다는 조모씨(48ㆍ주부)는 “그냥 다른 당 뽑기엔 그렇고 항상 뽑아 왔으니까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했다. 도곡동 도곡 렉스에 산다는 정모씨(31)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아버지 회사에서 일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며 “안보가 불안하니까 새누리당을 지지한다, 법인세도 이미 많이 내고 있는데 새누리당이나 정부는 법인세를 낮추는 기조이기도 하니까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 “부모님들은 댁에서 다 (종편채널) TV조선을 본다”고도 덧붙였다.

식품회사 CEO라는 조모씨(55ㆍ논현동)는 “2번을 뽑으면 너무나 많은 것들이 바뀌어 버린다, 변화를 별로 원하지 않는다”며 “중간에 정권이 한번 바뀌었을 때(노무현 정부), 사업이 안 좋아졌다, 기존 법들을 막 바꾸고 그러니까 뭐가 일이 안됐다”고 말했다.

반포 자이에 거주하는 이모씨(45)는 “옛날부터 그냥 1번이다, 여기 주민들도 다 그렇다”며 “자유를 우선시하는 게 보수, 평등을 주장하는 게 야당이다, 남한은 자유를 강조하고 사회주의는 평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분위기를 “여기는 변호사, 의사는 널렸고, 애들 학교에서도 부모 참여 수업하는 거 보면 변호사 의사는 배제하고 시작한다, 외교관 이런 분들이 가서 수업하고 그런다”고 전했다.

민모씨(36ㆍ삼성동)는 “친구들 사이에선 강남 사는 것 티내냐고 하는 분위기도 있고 해서 1번이라 말하긴 좀 어색해 하지만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숨은 1번 표가 많다”며 “왜 1번을 찍는지 명확한 이유는 없지만 부모님의 영향이 큰 것 같다, 2번이 되면 망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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