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4ㆍ13 총선은 ‘배신의 선거’다. 누군가에겐 배신의 선거다. 대통령의 뜻을 거스른 선거다. 대통령의 이름으로 정치적 동지를 내친 선거다. 또 다른 누군가에겐 분열로써 진영의 대의에 등돌린 선거다. 혼돈으로써 지지자를 혼돈시킨 선거다. 총체적으론 국민을 배신한 선거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무릎꿇은 선거’다. 인재 천거의 엄중함을 얼토당토 않은 패거리다툼으로 대신했던 망동을, 끝내 석고대죄한 선거다. 지역민과 지지자의 무거운 뜻을 진영의 논리로 간과했던 아둔함을, 결국 무릎꿇어 사과했던 선거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진정성이란, 자주, ‘쇼’(show)희극성과 ’의식‘(儀式)의 상징성 사이에서 요령부득이다. 대신 명징한 건 엎드린 그들 앞에 놓인 표, 권력의 크기로 환산되는 대중의 지지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겐 ‘대망의 선거’다. 배신한 사람도, 배신자를 욕하는 사람도, 진영을 이탈한 이도, 분열이라고 비난한 사람도, 결국 모이는 곳은 대망을 향한 단 하나의 길목에서다. 그 십자로에서 누구는 권력이 가진 유효기간의 무기한 연장을 도모한다. 칼을 갈아왔던 자는 재기를 노린다. 어떤 이는 나설 때를 셈하고 누구는 마땅한 길을 헤아린다. 그 한편에선 후퇴하고 벼린 칼을 내려놓는 사람들이 있다. 또 쇠락하고 사멸하는 것이 대망의 선거가 가르는 승패의 냉혹함이다.
쉬 들여다볼 수 없는 건 정치인들의 진의 뿐만은 아니다. 유행을 빌자면 이번 총선은 ‘복면의 선거’다. 후보도 공약도 지역도 온통 복면에 가리워졌던 ‘깜깜이 선거’다. 예측불가능성의 정치다. 후진적인 정치다. 예측불가능한 건 승부가 아니었다. 공천 시스템은 붕괴되고 좌우는 수시로 바뀌어 불확실성을 키운 정치다.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것, 예측 불가능한 권력은 위험하다.
최종적으로는 이번 선거는 공백을 채울 수 없는 OOO선거다. 물음표 뿐인 선거다. 쟁점도 없고 정책도 없고 깜짝스타도 없고 이변도 없었던 ‘무감동의 선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건 유권자의 한 표다. 그것이야말로 유일하게 결정적인 사실, 희망과 묵시록 사이에서 미래를 결정할 국민의 권력, 주권의 가장 큰 일부다. 문제는 투표다.
국민을 배신한 정치를 심판하고, 대망을 가진 이의 진정성을 헤아리고, 복면선거의 민낯을 드러내고, 무감동의 선거를 채워줄 유일한 콘텐트는 바로 국민. 국민 각자가 가진 한 표 만큼의 ‘심판’이다. 13일은 ‘심판의 날’이어야 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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