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한효주(29)가 ‘독기’를 품었다. 착하디 착한 얼굴, 여리여리한 몸으로 ‘말갛고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여자를 연기해 오던 그다. 이번에는 질투심에 불타는 조선의 마지막 기생으로 분했다. 한효주는 ‘다른 얼굴’을 찾았다. 13일 개봉하는 ‘해어화’(감독 박흥식)에서다. 관객들에게도 신선한 발견이다.
영화 개봉을 이틀 앞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효주를 만났다. 그는 ‘해어화’에 대해 “배우로서 연기로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며 운을 띄웠다.
“영화에서 제가 연기한 소율이의 사랑받지 못하는 모습이나 처절하게 울부짓는 얼굴들을 보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제 모습이 나온 것 같아요. 저는 지금까지 제가 연기한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캐릭터가 좋아요. 하지만 극적인 연기에도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그런 갈증이 있었나 봐요.”
‘해어화’에서 소율은 질투심과 열패감에 휩싸여 자신을 파멸로 이끌고 가는 인물이다. 둘도 없는 친구 연희(천우희)의 재능을 질투하고, 자신이 사모하는 윤우(유연석)가 변심하자 복수를 꿈꾼다. “소율이는 그에게 모든 것이었던 친구, 연인, 노래 세 가지를 한 번에 잃은 거예요. 그 세계가 하나씩 무너져가는 모습에 신경을 많이 썼죠.”
“예인(藝人)이 되겠다는 꿈만 가지고 살아온 순수한 여자였기 때문에, 그 꿈이 깨어졌을 때 자신을 버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효주는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할 때 눈이 반짝였다.
영화에서 소율은 조선 후기 성악곡인 ‘정가’를 완벽하게 부르는 기생이지만, 근대화의 바람에 대중가요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철 지난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는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한효주는 “감독님과 첫 미팅 때 이 영화가 ‘모차르트와 모차르트의 영화다’라는 말을 듣고 처절한 기분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번 영화에서 한효주는 난생처음 노인 분장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서보기도 했다. 영화 말미 할머니가 된 소율이 “그땐 왜 몰랐을까요, 그렇게 좋은걸”이라는 대사를 영화를 처음부터 끌고 온 한효주의 얼굴로 해야 한다는 박흥식 감독의 고집 때문이었다. 한효주는 “처음에는 반대했었다”라면서 “감독님의 생각이 확고하셨고 결국에는 설득이 됐다”고 말했다. “저도 그 대사는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영화에선 ‘질투하는 역’을 맡았지만, 한효주는 누군가에게는 질투나 선망의 대상이 되었을 법한 연기활동을 해 왔다. 2004년 시트콤 ‘논스톱 5’로 데뷔한 후 ‘봄의 왈츠’(2006), ‘찬란한 유산’(2009) 등 브라운관을 거쳐 ‘광해’(2012), ‘감시자들’(2013) 등 스크린으로 넘어와 ‘안착’에도 성공했다.
“‘운이 좋았다’라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많이 힘들었어요.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는 놀라움의 연속이었지만 제 한계에 부딪히는 시간이었죠. 촬영장 가면 차 문 열고 나가기가 무서웠어요. 못 나가겠다고 운 적도 많아요.”
그러나 끝내 연기가 재밌어졌다고 했다.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아져서인 것 같아요.”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단다. “표현할 수 있는 걸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아요.”
한효주는 이제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간다. 7월 방영 예정인 MBC 드라마 ‘더블유’에 의사 역할로 캐스팅됐다. 5월께 촬영에 들어간다. “드라마 대본이 재밌어서 선택했어요. 오랜만에 드라마 촬영이라 떨리네요.”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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