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16일, 300여명의 희생자를 남기고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렸다. 세월호의 선사 청해진해운은 침몰 가능성을 무시한 채 세월호를 증축했고 차량과 화물을 과적한 채 제대로 고박하지 않아 배의 복원성을 훼손했다. 사고 이후 정부는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 선사와 승무원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했지만 안전 관리의 책임을 경영진에게 묻기보다 피고용인인 선장과 승무원에게 집중시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했을 당시 이준석 선장과 승무원들이 안산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은 채 자신들이 먼저 구조되자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결국 법원은 이 선장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반면 세월호의 침몰 원인이 된 증ㆍ개축을 결정하고 과적을 지시한 선사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대표이사는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받아 10년형을 선고 받았지만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됐다.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경영상 결정을 내린 경영진이 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것이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경영진과 선원 간 처벌의 불공정성을 연구해 온 김용준 변호사는 ‘세월호 사고 이후 개정된 선박 안전 관련 법규의 몇가지 문제에 대한 고찰’ 논문에서 “선박의 안전을 확보할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우리 법률 체계의 허점을 감안하면 경영진과 안전관리책임자가 영업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안전 관리 책임을 다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개정된 선원법에 따르면 선장은 출항전에 선박의 복원성에 대해 검사한 뒤 그 결과를 선박소유주에게 보고하고 적절한 조치를 요청해야 한다. 이 의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반면 관련 조치를 요구받은 선박소유주는 선박의 안전운항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같은 형을 받게 된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세월호 선장이 선사 측에 복원성 문제를 수차례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했음에도 청해진해운의 간부와 물류팀, 안전관리담당자가 이를 묵살하고 시정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선장과 승무원의 보고ㆍ신고 의무를 강화한다고 해도 세월호 참사의 재발을 막기는 어렵다는 게 김 변호사의 지적이다.
선사가 불법 증ㆍ개축이나 과적을 지시하고 안전 문제를 지적하는 선장ㆍ승무원의 보고를 묵살하더라도 징역형은 선고될 수 없고 이같은 행위로 얻는 부당 이득에 비하면 처벌이 약해 처벌 효과가 약하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안전 문제에 대한 시정조치책임자로 경영진을 규정하고 시정조치를 요청 받고도 묵살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안전관리책임자의 모호한 책임도 문제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도 강행적으로 수용해 시행하고 있는 국제안전관리규약(ISM Code)은 선박소유자와 선박지원 간 연계를 실효성있게 확보하기 위해 안전관리 책임자를 지정하고 이에 합당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법 조항을 입법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국과 노르웨이의 경우 안전관리 책임자가 선박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사고 이후 선원법 개정으로 선장과 선원에 대해서는 인명구조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겨 승객이 사망에 이르게 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안전관리체제를 수립ㆍ시행하고 그 결과를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보고해야 하는 안전관리책임자에 대해서는 어떤 제재 규정도 없다.
김 변호사는 “안전관리책임자가 비상훈련을 수립하지 않고 선박 소유자가 관련 비용을 부담하지 않거나 여건을 조성하지 않는 상황에서 선장 단독으로 훈련을 실시하도록 하는 것은 결국 경영진의 잘못을 선장과 선원에게 전가해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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