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ㆍ김성우ㆍ유은수 기자]405만명의 선택이 총선 판을 뒤흔들었다. 지역구 투표에서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하고서 정당투표에는 다른 정당을 선택한 유권자의 수다. 새누리당에는 비례대표 수가 줄어든 교차투표, 더민주에는 격전지에서 지역구 의석을 확보한 전략투표가 됐다. 405만명은 정당투표에선 국민의당, 정의당으로 힘을 실었다. 지역구 총 득표수, 정당투표 득표수 등에 숨어 있는 총선 민심이다.
14일 헤럴드경제가 각 당의 정당투표(개표 100% 기준)ㆍ지역구 득표 수(개표 99.99% 기준)를 비교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지역구 총 득표수가 정당투표 득표수보다 월등히 많았고,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그 반대로 나타났다.
새누리당ㆍ더민주에서 빠진 정당투표 득표수, 국민의당과 정의당에서 얻은 정당투표 득표수는 규모가 유사하다. 새누리당은 정당투표 득표수에서 지역구 총 득표수보다 124만여표(총 지역구 득표 920만563표, 정당투표 득표 796만272표)가 빠져나갔다.
더민주는 더 많다. 281만여표에 이른다. 이들은 지역구 투표에선 각각 새누리당, 더민주를 찍고서 정당투표에선 다른 당을 찍은 유권자다. 양당을 합쳐 이처럼 교차투표를 선택한 이들은 405만여명에 이른다.
흥미로운 건 국민의당, 정의당의 늘어난 정당투표 득표수다. 양당 모두 지역구 득표수보다 정당투표 득표수가 월등히 많았다. 국민의당은 279만여표, 정의당은 132만여표다. 이를 합치면 411만여표다. 더민주, 새누리당에서 빠져나간 표수(405만여표)와 유사한 규모다.
이 같은 전략투표는 총선 판 전체를 뒤흔들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석 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온 것도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 등을 선택한 중도 성향 유권자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교차투표다. 국민의당이 제3당을 천명하면서, 더민주 뿐 아니라 새누리당의 지지층도 흡수하고 있다는 주장을 방증하는 결과다.
반면 더민주가 지역구 선거에서 압승한 배경으로도 이 같은 투표 성향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격전지마다 더민주는 새누리당을 누르며 표심의 ‘야권 단일화’가 일었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선거 막판까지 격전지인 수도권을 돌며 “야권이 단일화하면 이길 수 있는 곳인데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줄 수 있다”며 “유권자가 전략투표를 해야 한다. 정당은 지지정당을 찍고, 후보자 투표는 될 사람을 찍어달라”고 호소했다.
더민주가 예상보다 지역구에서 선전하고, 정당투표 득표가 지역구에 크게 미달된 건 이 같은 전략투표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야권 지지층이 지역구에선 더민주로 몰아주고, 정당투표에선 국민의당이나 정의당 등으로 전략투표했다는 의미다.
제3당 체제가 굳어지면 이 같은 교차ㆍ전략투표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선택 폭이 제한된 양당 체제와 달리 다당제가 되면 판세, 지지도에 따라 전략적으로 표심을 나눌 기회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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