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재정 및 통화확대, 규제완화, 투자활성화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고용을 창출한다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중대 기로에 봉착했다. 성장우선 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했기 때문이다.

반면 야당이 경제공약으로 내건 중소기업과 사회 취약계층, 청년층에 대한 지원 확대를 포함한 경제민주화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낮지만, 총선을 전후로 최대 이슈로 부상했던 추가경정(추경) 예산편성이나 한국적 양적완화, 서비스업 규제완화 등 기존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정책의 추진동력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오석-최경환-유일호로 이어진 박근혜정부의 1~3기 경제팀은 적극적인 경기대응으로 성장을 촉진해 고용과 복지를 늘리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취임 이후 성장과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이른바 ‘근혜노믹스’를 견지해온 셈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헤럴드DB]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헤럴드DB]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과 통화공급을 늘리고, 규제를 완화해 기업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증세 없는 복지를 위해서도 성장이 필요하다며, 창조경제를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부의 의도와 정반대로 나오고 있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추경을 편성하고 부동산 규제완화, 개별소비세 인하, 민자사업 확대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했지만 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았고, 시간이 갈수록 성장속도도 떨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동반 폭락한 것으로 18일 나타났다. 특히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총선 직전에 비해 8.1%포인트 하락, 취임 후 최저를 기록했고 새누리당은 정당 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선두를 내주고 말았다.

‘손톱밑 가시’와 같은 규제를 철폐하면 기업이 투자에 나설 것이란 기대와 달리 기업들은 경영여건 악화를 이유로 투자에 나서지 않았고, 가계부채는 1200조원을 넘어 한계에 직면했다.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절벽이 심화됐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중소기업과 고용으로 확산되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실종됐다며 정부 정책의 궤도수정을 요구해왔다. 야권은 특히 청년고용 확대를 위해 ‘청년고용할당제’를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으로 일시적으로 확대하고,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중견ㆍ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촉진하도록 공정거래법의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성장우선 정책만으로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만큼, 보다 직접적인 개입을 통해 성장의 과실을 나누고 경제민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됨으로써 이러한 주장이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성장의 과실이 사회의 필요한 곳에 흘러가도록 하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포퓰리즘으로 흘러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과 신성장동력의 창출, 기업 경영여건의 개선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