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정부가 22일 강도 높은 재정개혁 방안을 내놓은 것은 저출산ㆍ고령화에 저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했다가는 나라살림이 파탄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과거 일본처럼 위기극복을 위한 근본적 개혁을 미루고 재정을 동원한 소모적 경기부양과 고령자 복지지출을 늘릴 경우 헤어나기 어려운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재정개혁안은 ‘확장재정 시대의 종말’을 예고할 정도로 재정정책의 대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경기부양 등을 위한 재정확대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사회보장기금의 경우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차관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재정개혁 방향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춘섭 기재부 예산실장, 송언석 차관, 노형욱 기재부 재정관리관, 이기봉 교육부 기획조정실장. [사진=기획재정부]

◆이대로 가다간 ‘재정파탄’ 불가피=우리경제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지지부진한 혁신, 양극화 등 3대 파고(波高)에 직면해 있다.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조선ㆍ철강 등 주력산업에서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신성장동력은 아직 실체가 모호하다.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정규직과의 격차가 커지면서 소득이 양극화돼 내수 확대에도 한계가 있다.

이런 상태에서 현재의 세입-세출 구조를 유지할 경우 사회보장보험이 고갈되고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급증, 재정이 파탄날 가능성이 높다. 재정파탄 가능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돼 왔으나, 이제 그것이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사회보장기금이다. 정부의 추계를 보면 건강보험기금은 앞으로 9년 후인 2025년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보이며, 장기요양보험은 2028년, 사학연금은 2042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고갈 재앙의 시계가 짹깎째깍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정부 재정도 비슷하다. 정부 재정은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만성적인 적자 상태를 보이고 있고, 적자 규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근본적인 세수확충 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지출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을 동원한 탓이다.

재정적자는 국가부채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정부의 추계결과 2060년이 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현재의 40%에서 60~90%까지 상승할 수 있다. 현재의 지출구조가 지속되면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 정도로 오르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제도 신설과 저성장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이 비율이 9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재정이 국가 명운 좌우, 관건은 실천=재정을 어떻게 운용하느냐는 중장기적으로 나라의 명운을 가를 수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와 인구구조나 국민소득, 재정여건 측면에서 유사한 모습을 보였던 20년 전 일본과 스웨덴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1990년 일본의 1인당 GDP는 2만5140달러, 스웨덴은 2만9794달러로 현재 한국의 2만8000달러 수준과 비슷했다. 1990~1993년 사이 일본의 성장률은 5.57%에서 0.17%로 둔화됐고, 스웨덴은 0.75~2.07%의 낮은 상태에 머물러 오늘날 한국과 비슷했다.

이로 인해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으나 양국의 대응은 달랐다. 일본은 근본적인 개혁을 외면한 채 소모적 경기부양과 복지지출 증가로 일관한 반면, 스웨덴은 과감한 구조조정과 가족ㆍ일자리 친화적 복지, 연금ㆍ재정 개혁의 강도를 높였다.

20년이 지난 오늘날 양국의 운명은 달라졌다. 1990~2015년 사이 스웨덴의 1인당 GDP는 1만9172달러 증가해 4만8966달러에 이른 반면, 일본은 7341달러 오르는 데 그쳐 3만2481달러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국가채무 비율은 일본이 67.0%에서 245.9%로 178.9%포인트나 급증하며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한 반면, 스웨덴은 46.3%에서 43.9%로 오히려 2.4%포인트 낮췄다.

저성장 국면에 처하더라도 재정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회적 통합ㆍ유대를 이루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달라진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재정개혁을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이해집단을 비롯한 시민사회와의 소통과 합의가 필수적이다. 재정은 물론 사회보험 개혁에는 고통이 따르고, 반발이 불가피하다. 이를 어떻게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느냐가 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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