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죄 성립하려면 대상 명확해야 하며, 공공 공간에서 범행 일어나야
-친고죄로 고소 없이는 성립하지 않아…판단 기준 제각각 논란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 지난해 11월 어느 날 새벽 1시 안산시 한 골목. 요금 문제로 택시기사와 시비를 벌이던 A 씨는 경찰을 불렀다. 도착한 경찰은 “택시요금 문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 통합민원 120번으로 하라”고 하자, 갑자기 화가 치솟았다. 순간적으로 분을 참지 못하고, 경찰을 향해 “씨×, ×같은 새×들아”라고 욕을 했다. A 씨는 모욕죄로 기소돼 300만원 벌금형이 선고됐다.
#. 서울 동작구에 사는 B 씨도 새벽 3시에 택시기사와 요금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경찰을 불렀는데 너무 늦게 도착했다. 화가 나 경찰을 향해 “아이 씨×”이라고 했다. 경찰은 B 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B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와 B 씨는 상황이 거의 비슷했다. 택시요금 문제로 실랑이를 벌였고, 경찰을 향해 욕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욕도 ‘씨×’이라고 한 점 등에서 거의 비슷하다. 왜 한쪽은 벌금형이 선고됐고, 다른 한쪽은 무죄로 판단했을까.
형법 제311조에서 규정한 모욕죄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목적으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면 ‘명예훼손’이 되고, 단순히 욕을 한다거나 의견을 표명하면 모욕이 된다. 200만원이하의 벌금형이나 징역 1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다른 사람도 목격하거나 목격할 수 있는 공간에서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 상대방의 귓속말로 욕을 한다면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B 씨 사건의 경우 법원은 B 씨가 “아이 씨×”이라고 하긴 했지만, 그 욕이 경찰을 지칭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분노의 감정을 스스로 그렇게 표현했을 뿐, 누군가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킨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와 달리 A 씨는 주변에 택시 기사 등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경찰을 특정해 욕을 했기 때문에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이 논리는 사이버 공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학생인 C 씨는 최근 강릉에 있는 학교 기숙사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던 중, 피해자의 지인 4명이 함께 접속한 가운데 ‘ 니 어미 ××, 보스니아산 공업××’라고 욕하며 모욕해 기소됐다. 법원은 하지만 C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C 씨와 피해자가 접속한 특정한 ‘아이디’만으로 누구인지 알아차리기 어렵고, 특정인을 지목한 것인지도 알기 어렵기 때문에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물론 사이버 공간에 올린 글로 유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많다. 대구지방법원은 최근 인기 외식사업가 ××× 씨 관련 ‘사업도 방송도 참으로 영리하게 한다’는 내용의 온라인 기사 밑에 ‘글쓴 놈, 대중 눈치 졸라 본다. ××× 존망 예정인 듯 보인다. 국민 건강을 가지고 장난침. 국민 입에 설탕을 퍼 넣는 짓을 용서할 수 없음’이란 댓글을 올린 D 씨에게 모욕죄로 벌금 50만원 형을 선고했다. 기사를 쓴 사람과 외식사업가 등 명확한 대상에게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에서 모욕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모욕죄는 기본적으로 친고죄다. 고소한 사람이 고소를 취하하면 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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