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부실 기업들을 솎아내기 위한 구조조정 관련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시장 논리에 따라 기업들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금은 일부 개별 부실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조선, 철강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전반적인 업종의 부진에 따른 것이어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구성될 구조조정 관련 ‘여야정협의체’에서 해당 기업, 업종의 채무조정,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그릴 로드맵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부실기업을 진단할 때는 정부와 구조조정 분야 각 전문가들이 모여 집중해야할 핵심 역량 부문과 구조조정이 필요한 취약 분야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조선업의 경우 최소한 1년 이내의 경제동향 및 수요 전망, 해운운임지수 전망 등을 통해 지금의 위기상황이 극복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과 경영계, 노조 3자의 손실부담 원칙도 사전에 합의를 통해 정하도록 유도해야 보다 신속한 구조조정 작업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무엇보다 구조조정의 주체들이 어떻게 손실을 부담하고 극복해 나갈지 합의를 도출해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구조조정 관련 명확한 원칙이나 기준이 제시되지 않으면 실업 등에 직면한 근로자들과의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 지원 시 인력 구조조정 등 경영정상화 계획과 함께 투입된 정부 재원을 어떻게 회수할지 여부도 조건부로 내걸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구조조정에 따라 단기적인 대규모 실업이 불가피한만큼 정부의 재정확대나 추경 편성을 통한 고용재난지역, 특별고용업종 지정 등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들을 다른 기업, 업종에도 악영향을 끼쳐 동반 부실로 몰고 간다는 점에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다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업이 불가피한만큼 정부는 이에 대비한 추경 편성 등 재원 마련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구조조정은 특정 업종이나 기업을 죽이는 게 아니라 핵심 역량을 키워 살리는 것이란 점을 설득해야 한다”며 “IMF도 구조조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효과 크다고 밝힌 반면 정부도 재정지출을 보다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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