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등 3만명 이상 감원인력 동남권 공항건설 투입 고려할만 노조 임금동결 등 고통분담을
조선업 등 구조조정이 현실화하면 대규모 실업 사태는 불가피해 진다. 개인과 가정,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새로운 화두가 되는 가운데 이른바 ‘한국형 뉴딜’ 정책이 대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최근 해운과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3만명이 넘는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930년대대공황 때 미국이 재정 확대로 사회간접시설(SOC) 건설을 추진하면서 시급한 일자리를 제공한 것처럼 과감한 수요창출을 통해 대량 실업을 최소화하고, 경기를 부양해야한다는 얘기다. 당시 미국정부는 대형 공공사업을 통해 유효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뉴딜 정책’을 내놓아 국가적 재난을 극복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쏟아져 나올 인력을 재고용하고, 설비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한국형 뉴딜’을 구체화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울산, 거제 등 조선업이 물려 있는 지역에서는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이 불가피하고, 관련 설비도 놀리게 된다”며 “인근 지역에서 추진 중인 동남권 신공항 건설 등 대형 일자리 사업에 이들 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놓고 대립해온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2011년 경제성 부족으로 백지화됐다가 김해공항 포화를 이유로 2014년 재추진됐다. 이후 해당 영남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용역 조사를 통해 오는 6월 말 신공항 입지를 정하기로 합의했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가 조선소와 인접해 있는 만큼 건설이 시작되면 조선업의 인력을 동원해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오 교수의 입장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영국 정부가 군함을 발주해 신규 고용을 창출한 사례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가 차원에서 길거리 노동자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영국 최대의 방위산업업체 BAE 시스템스(BAE Systems)는 선박 주문이 급감하자 2013년 영국의 주요 조선소 시설을 폐쇄하고, 1775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 국방부는 BAE와 차세대 군함 건조를 계약하면서 일자리를 창출, 감원된 인력의 실업을 최소화했다.
김 연구부장은 “BAE의 사례는 고부가가치 선박 시설 등 전문화 과정을 통한 강력한 구조조정과 영국 정부의 군함 발주를 통한 고용 창출 노력이 빛을 본 것”이라며 “한국 정부도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 구축 과정에서 고용 창출 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경영계의 고용안정, 노조의 임금동결 또는 삭감 등 손실 분담과 희생에 합의하는 노력도 주문했다. 구조조정 과정에 정부가 개입해 재정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당시 뉴딜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공무원을 포함해 고용주와 근로자가 임금 동결에 합의하는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수반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조선업 전반이 부진해 민간 기업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에만 의존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해당 주체들도 손실을 부담하고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며 “정부도 추경 편성 등을 통해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기업, 구조조정으로 발생하는 근로자를 고용하는 다른 업종의 기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won@heraldcorp.com
뉴딜정책=1930년대 경제 대공황 극복을 위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주도로 미국정부가 재정 공급을 확대, 사회간접시설(SOC) 건설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등 유효수요를 창출한 것을 의미한다. ‘한국형 뉴딜’은 미국의 뉴딜정책을 벤치마킹해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을 SOC 사업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로 극복하는 한편 경영계와 노조가 임금동결 등 손실 분담과 희생을 감수하는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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