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착수금, 통상 1000만원대 -전관 변호사 시간당 100만원은 거뜬 -변형된 성공보수 지급은 여전 -일부 “최 변호사는 브로커 희생양”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폭행 혐의로 고소한 최모(46ㆍ여) 변호사가 되레 고액 수임료 논란에 휘말리면서 법조계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최 변호사가 받은 수임료 50억원에 대해 변호사 업계에선 “그저 놀랍다”는 의견과 함께 “터질 게 터졌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J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내가 아는 최 변호사는 그런 성품이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수임료 얘기를 듣고 많은 변호사들이 (최 변호사에게)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변호사 단체의 회장을 지낸 A 변호사는 “최 변호사가 수임료를 많이 받는다는 건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돌았던 사실”이라며 “활동이 활발한 줄은 알았지만 막상 액수를 보니 입이 안 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조계에선 최 변호사가 지난해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숨투자자문의 대표 S 씨의 항소심 변호를 맡아 27억원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논란의 불씨’ 20억=사건의 출발은 정 대표가 최 변호사에게 준 20억원이었다.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대표는 올 1월 자신의 항소심 변론을 맡은 최 변호사에게 수임료로 20억원을 지급하고, 은행에 예치한 30억원의 인출권한을 성공보수로 주기로 했다.

그러나 보석 신청이 기각되면서 최 변호사는 인출권한을 반환했다. 정 대표는 20억원도 보석을 조건으로 지급한 성공보수이므로 최 변호사가 토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20억원은 착수금이라며 돌려줄 수 없다고 맞섰고, 결국 폭행 시비를 불러왔다. 착수금은 통상 변호사의 교통비와 복사비, 기타 소요되는 비용 등을 포함한다.

최 변호사는 “정 대표가 연루된 16건의 민ㆍ형사사건을 처리했고, 30여명의 공동 변호인단과 수임료를 나눴기 때문에 실제 받은 액수는 그리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J 변호사는 사건의 난이도에 따라 착수금이 다르다는 걸 전제하면서 “일반적으로 500만원을 받고, 좀 많이 받으면 1000만원이다. 경력이 짧은 젊은 변호사는 심지어 400만원도 받는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C 변호사도 “형사사건의 경우 아무리 간단해도 기본적으로 500~600만원 들어간다. 최 변호사가 주장하는 착수금 20억원은 사실 좀 과하다”고 봤다.

A 변호사는 “경력 있는 파트너급 변호사들이 얼마나 품이 들지 판단하고 착수금을 결정한다”며 “이번 사건은 당사자간 약정이어서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깜짝 놀랄 만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전관 출신은 시간당 100만원 넘어=법조계에 따르면 변호사들은 ‘타임 차지(Time Charge)’ 즉, 일한 시간에 따라 보수를 받는 약정도 맺는다. 변호사의 연차에 따라 시간당 보수요율에도 차이가 있다.

C 변호사는 “보통 2~3년차 변호사는 시간당 19만원대, 10년차 이상은 30만원을 넘어간다”며 “최 변호사처럼 전관 출신은 시간당 100만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고 전했다. 이어 “대기업 총수 사건이면 몇 천만원까지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의뢰인이 기업인이면 수임료도 두둑히 보장되는 것은 업계의 불문율이다. 이번 사건처럼 수임료로 수십억원을 받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닌 셈이다. 수임료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의뢰인과 계약하기 나름인 것이다.

변형된 성공보수 여전=정 대표 사건으로 드러난 법조계의 또 다른 민낯은 성공보수 지급관행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계약에 대해 “재판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켜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무효로 판결했다.

그러나 성공보수 관행은 살아 있었다.

C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착수금을 높이거나 시간당 요율을 상향해 받는 등 아직까지 성공보수 계약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J 변호사도 “성공보수격의 금액을 착수금에 포함해서 미리 받는 경우가 생겼다”고 말했다.

중견 로펌의 K 대표변호사는 “계약 자체가 무효이지 그게 위법한 것은 아니다. 성공보수 계약에 문제 삼는 의뢰인들이 많지 않아 여전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성공보수를 안 주겠다고 의뢰인이 버틸 경우 변호사들로서도 대법원 판결 때문에 선뜻 달라고 말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에 연루된 최 변호사를 법조 브로커의 희생양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J 변호사는 “법조 브로커 이모 씨가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전관 변호사를 이용한 것 같다”며 “최 변호사가 그 많은 돈을 받았다기보다 브로커가 개입해서 액수가 커진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