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 “약물 오남용 우려” 제약업계 “알권리·선택권 침해” 일반인들 87%는 광고에 긍정적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독의 주력제품인 소화제 ‘훼스탈플러스’에 대해 광고 금지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약품 케이스 광고문구에 ‘대한민국 대표소화제’란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약사법과 제약협회 광고협의회 규정 위반을 문제 삼았다.
지난해 11월 다국적 제약회사인 바이엘코리아는 일반인에게 홍보를 제한한 전문의약품 ‘제이디스13.5mg(레보노르게스트렐)’과 ‘미레나20μg/일(레보노르게스트렐)’ 등을 병원 환자 대기실에 안내책자로 비치했다가 해당품목에 대한 판매업무 중지 3개월이란 중징계를 받았다.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 규제가 제약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의료업계와 행정당국은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를 허용할 경우 일반인들의 약물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지적하고 있다.
반면 제약업계에서는 수십년간 복용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전문의약품에 대한 설명 광고조차 전면 금지하고 있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환자)의 알권리와 선택권 등 권익보호 차원에서 볼 때도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ㆍ의료인들 약물 오남용 우려=현재 공중파 방송이나 라디오를 통해 광고되는 의약품들은 모두 일반의약품이다. 전문의약품들은 의사의 감독이나 지시를 반드시 받아야 사용할 수 있어 대중매체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광고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현행 법 역시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를 일체 금지하고 있다.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78조에 따르면 전문의약품은 의사나 약사를 제외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광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전문의약품 광고를 자주 보게 되면 의약품의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당국인 식약처의 입장도 동일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표시광고법에는 광고주는 광고한 사항에 대해 입증할 책임이 있고, 사실만을 광고해야 한다”면서 “이에 따라 ‘대표’ 및 ‘전문’이란 표현이 어떤 근거로 쓰인 건지 입증해야 하고, 못할 경우 행정제재를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약국에서도 전문의약품이 판매되지만, 대체로 의약선진국에서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광고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일반인 10명 중 9명 ‘긍정’=행정당국 및 의료업계와 달리 제약업계 등에서는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도록 전문의약품 광고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간 처방해온 전문의약품은 일반인을 상대로 광고를 통해 기본적인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며 “오남용 우려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이화여대 곽혜선 교수팀이 의약 전문인(의사ㆍ약사) 215명과 일반 소비자 202명을 상대로 의약품 광고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의약 전문인들은 전문의약품의 광고를 허용하는 데 부정적인 반면 일반인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사에 따르면 전문의약품 광고가 의약품에 대한 환자들의 이해를 도울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의료인들은 66.8%, 일반소비자들은 무려 86.6%가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 일반소비자 10명 중 9명이 의약품 광고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셈이다.
반면 의사나 약사들은 전문의약품 광고가 환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47.7%가 개연성을 주장한 반면 일반인들은 불과 29.2%만 인정해 큰 차이를 보였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의약품 광고가 허용되면 약물 오남용 사례가 늘어나고 약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향후 전문의약품 대중광고 허용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때 의약전문인이 우려하는 부분과 일반인의 기대를 절충한 규제를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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