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 이름 따 ‘누구엄마’예사 집안서 무시당하고 무기력 시달려 첫 출발은 잃어버린 자아찾기 항우울제 편견벗고 적극 처방을

#. 외국계 기업 M&A 전문가로 한창 잘나갔던 A(45ㆍ여) 씨. 최고경영자(CEO) 남편과 결혼해 늦게 얻은 아들을 키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던 지난해 겨울. 갑작스럽게 잠이 안오기 시작했다. 까닭 모를 불안이 이어지자 A 씨는 병원을 찾았다. 우울증 초기 증세를 진단받은 A 씨는 자기 삶을 찾으러 일터로 돌아갔다.

가정주부로 살고 있는 한국의 중년여성들은 자기의 이름을 잃어 버린다. 아들, 딸의 이름을 따 ‘누구 엄마’로 불린다. 남편들로부터 무시당하기도 한다.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느라 사회생활을 못해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이유다.

이와 맞물려 중년 여성들은 호르몬 변화를 겪는다. 일명 완경기다. 여성호르몬이 급격하게 줄면서 자율신경계가 흔들린다. 열이 오른다거나 땀이 난다거나 하는 신체적 증상이 발생한다. 또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고 잠이 잘오지 않는 증상도 발생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며 중년 여성들은 우울증에 더 쉽게 걸린다. 201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우울증 진료인원을 성별로 비교해 봤을 때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 2.2배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년 여성의 우울증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전문가들은 ‘자기 자신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정찬승 정신과 전문의는 “자기 삶에 무엇이 가치가 있는지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며 ”가족의 다른 구성원들이 엄마를, 부인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또 가족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고 정신과를 찾는 것을 피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여성호르몬제, 항우울증제를 처방 받는 것도 적극적으로 권한다. 스트레스 환경에서 바로 벗어나서 리조트 같은 곳에서 지낼 수 있는 것이 보편적인 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재진 정신과 전문의는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번아웃(burnoutㆍ탈진증후군)’ 상태인 경우가 많다”며 “가정에서 공감과 지지를 받더라도 약을 받는 게 좋다. 항우울증제에 대한 편견이 있는데 사실 중독성도 없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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