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육아 할아버지, 할머니 증가 -육아에 더 도움 vs 양육 혼란 시각도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손주들의 육아에 전념하는 할아버지ㆍ할머니 일명 ‘하빠(할아버지+아빠)ㆍ할마(할머니+엄마)’가 늘어나고 있다. 조부모 양육이 증가하면서 ‘제 2의 자식농사’에서 오는 여유와 노련함으로 긍정적인 양육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젊은 부모 세대와 다른 양육 방식으로 아이에게 혼란이 가는 등 부정적인 효과도 공존한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손주를 키우는 데 뛰어드는 할아버지ㆍ할머니들은 급증세다.

통계청이 5년간 실시하는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맞벌이나 학업 등의 이유로 부부가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는 비동거부부들의 비율이 2000년 5.9%, 2005년 7.5%, 2010년 10.0%로 크게 증가했다. 맞벌이 부부, 주말 부부 등 주중에 집을 비우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많은 경우 아이의 육아는 자연스럽게 조부모에게 돌아가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조부모가 손자를 돌보는 가정의 비율은 2009년 33.9%에서 2012년 50.5%로 증가했다. ‘엄마, 아빠’보다 ‘할마, 하빠’를 더 익숙하게 말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할마ㆍ하빠들은 인생에서 ‘두 번째’ 짓는 자식 농사에 더욱 큰 자신감을 내비친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박상환(66) 씨는 매주 월요일 오전부터 목요일 오후까지 외손녀 지은빛(5) 양을 홀로 돌보고 있다. 박 씨의 딸 내외는 대전의 한 연구원 직원으로 주말에만 서울 본가에서 지낸다. 박 씨는 매일 아침 은빛이를 깨워 유치원에 갈 준비를 마친 후 셔틀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고 오후엔 직접 데려와 발레학원을 보낸다. 레슨이 끝나길 기다렸다 은빛이를 데리고 와 저녁을 먹인 뒤 동화책을 읽어주며 놀다 보면 박 씨의 하루가 금세 간다.

박 씨는 “딸과 사위가 하는 일이 워낙 밤을 자주 새는 일이라 은빛이도 딸도 힘들어했다. 내가 작년부터 평일엔 봐주겠다 했다”며 “정작 딸 클 땐 돈 버느라 바빠서 제대로 애 크는 것도 못봤는데 이제 손녀를 키우면서 그 때 몰랐던 자식 농사의 기쁨을 뒤늦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와 같은 할마ㆍ할빠들은 은퇴 후 생긴 시간적ㆍ경제적 여유 덕에 부모들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손자녀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교육정보를 찾거나 연구하는 열정도 지녔다. 맞벌이를 하느라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힘든 부모보다 더 나은 역할을 해줄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모든 할마ㆍ할빠 육아가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대구 달서구에 거주하는 유옥순(61, 여) 씨는 홀로 손자를 키우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유 씨는 “밤마다 영어동화책을 읽어줘야 한다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다”며 “나중에 손자가 나 때문에 공부 못할까 걱정이다”고 했다. 조부모의 학력ㆍ소득 수준에 따라 유치원ㆍ어린이집ㆍ학원 등 기관에서 제공하는 최신 교육법을 습득하지 못해 아이가 후에 정규 교육과정을 밟을 때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조부모와 부모의 양육방식이 일치하지 않았을 때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두 부모’가 ‘한 아이’를 돌보면서 생기는 일이다. 권희경 건국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는 “예를 들어 밥을 먹을 때 TV를 켜놓는 걸 할아버지ㆍ할머니는 허락했는데 이후에 부모는 밥 먹으면서 TV 보는 걸 꾸짖는다면 이는 양육의 방식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라며 “받아들이는 아이 입장에서는 혼란이 올 수가 있다”고 했다. 이어 권 교수는 “조부모와 부모가 번갈아가면서 손자녀를 양육하는 현실이 대부분“이라며 “조부모와 부모가 소통을 많이 해서 아이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양육의 방식을 통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