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경매사 첫 여성CEO…이옥경 서울옥션 대표 내정자

21년간 미술계에 몸 담으며 기획력 · 영업력 · 소통력 3박자 갖춘 갤러리스트 부각

빠른 의사결정 가능하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경매 대중의 주목 끌수 있는 영역

중저가 경매 · 예술이벤트 등 통해 미술시장 대중화 · 활성화 도모

국내의 대표적인 메이저 갤러리인 가나아트(gana art)를 이끌어왔던 이옥경(53)사장이 서울옥션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다. 이 사장은 내달 30일 열리는 서울옥션 임시주총에서 신임 대표이사 겸 부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국내 미술경매사가 여성CEO를 맞는 것은 처음이다. 헤럴드경제가 그를 단독으로 만나봤다.

“요즘 젊은 직장인과 기업인을 만나면 미술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미술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잠재고객의 층도 깊고요. 문제는 저같은 아트마켓 종사자들이 기대에 잘 부응하지 못한 거죠. 앞으로 그 물꼬를 트는 작업을 집중적으로 해보겠습니다. 우선은 젊은 애호가를 더 많이 만드는데 촛점을 맞출 겁니다”

국내 화랑가에서 기획력, 마케팅력(영업력), 소통력 등 3박자를 갖춘 갤러리스트로 손꼽히는 이옥경 사장이 서울옥션 대표 내정이후 밝힌 일성이다. 이 사장은 새로운 고객및 신규영역 창출을 화두로 내걸었다.

그는 국내 미술시장이 너무 침체돼 있는 것을 가장 안타까와 했다. 세계 미술시장이 최근 5,6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구가하며 지난해 약 68조원의 매출을 기록한데 비해, 국내 미술시장은 이런저런 사건이 터지면서 계속 축소되고 있다는 것.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의 미술시장 규모가 연간 4405억원(2012년)에 불과하다는 것은 뼈아픈 대목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정식으로 선임된 게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경매는 갤러리에 비해 좀더 대중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전두환-전재국 컬렉션 경매가 큰 화제를 모으며 100% 낙찰된 게 그 예죠.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린 거래라는 점에서 신규고객 확보도 유리하다고 봅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자료를 훑어봤더니 가나아트가 한해에 68회의 전시를 진행한 적도 있더라고요. 내부전시 뿐 아니라 외부기획전도 참 많이 했지요. 그렇게 단련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술시장의 대중화,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입니다. 특별경매, 중저가 경매, 기업과의 공동마케팅, 새로운 예술이벤트 등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이 사장의 전공은 좀 뜻밖이다. 서울여대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다. 그런 그는 지난 1994년, 가나아트 비서실을 시작으로 미술계에 21년째 몸담고 있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오빠(가나아트및 서울옥션 창업주인 이호재 회장)가 절 부르더라고요. 9남매 중 오빠는 여섯째고, 저는 막내인데 ‘화랑일을 배우라’면서요. 오빠가 전속작가제, 조각공원 조성, 해외전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을 벌이는 걸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며 많은 걸 배웠죠. 오빠를 닮아선지 저 역시 일 많이 벌였고요”

그는 이 회장이 경매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2000년 가나아트 경영에서 물러난뒤, 이듬해부터 가나아트 사장을 맡아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서울역앞 옛 대우빌딩 외벽을 세계에서 가장 큰(100x78m) ‘미디어 캔버스’로 만든 겁니다. 빌딩을 사들인 모건 스탠리로 하여금 건물외벽을 활용해 아트 웍을 하도록 했죠. 줄리안 오피 등 유명작가 작품을 상영했더니 큰 화제를 모았어요. 지금은 문화아이콘이 됐지만 처음엔 전례가 없어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어 “아트 비즈니스는 겉으론 화려하고 멋지지만 이면은 거의 중노동에 가깝지요. 늘 아슬아슬 살얼음 디딜 때도 많고요. 디자인및 사진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장흥아트파크및 아틀리에 조성, 딜러체제 본격도입, 기업오너를 대상으로 한 CEO아트포럼도 시도했는데 이같은 실험을 서울옥션에서도 적용해 보려 합니다”고 밝혔다.

단지 작가들과 헤어지는 게 무척 가슴 아프다고 했다. 가나는 현재 전속작가 15명에, 후원작가가 60여명에 이른다. “앞으로 서울옥션은 미술품경매 외에도 재미를 추구하는 여러 사업을 펼칠 겁니다. 화랑과의 관계도 돈독히 할 거고요. 서로 윈윈하며, 시장에 탄력이 붙도록 해야죠. 무엇보다 15년째 3000명 수준인 서울옥션의 고객을 두배로 늘리는 게 시급하고요”.

향후 개척할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이 사장이 과연 제자리걸음 중인 서울옥션의 혁신과 도약을 이끌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