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20만명 수용할 지중해 ‘아일란 섬’ 계획 물거품 -아일란섬 제안한 이집트판 ‘금수저’ 나기브 사위리스 -이슬람혐오주의 과거 행적에 진정성 의심받기도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ㆍ윤현종 기자] “나는 정말 좌절했다.” 지난해 9월 시리아 난민을 수용할 지중해 섬 매입계획을 밝힌 이집트의 한 억만장자의 제안을 그리스와 이탈리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른바 ‘아일란 섬’ 꿈은 사실상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아일란 섬을 제안한 억만장자는 아랍에서 10번째 부자로 꼽히는 나기브 사위리스(Naguib Sawiris, 61) 오라스콤 텔레콤 회장이다. 그는 당시 지중해 섬을 매입해 난민 10만∼20만명을 수용하는 ‘아일란 섬’을 만드는 계획을 밝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섬 이름 아일란은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로 가려다 터키 해변에 시신으로 떠밀려와 전 세계를 비탄에 빠뜨린 세살배기 난민꼬마 아일란 쿠르디를 의미한다.
나기브 회장은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섬 매입 제안을 거절당한 이후 심한 좌절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나기브 회장은 지난해 말께 그리스와 이탈리아 정부 측에 자신이 구매할 수 있는 섬 25곳의 목록을 건네며 섬 매입과 함께 시리아 난민 수용 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나기브 회장은 수차례 같은 요구를 했지만 해당 정부 측은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난민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리스와 이탈리아 정부는 아일란 섬 건설 이후 시리아를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의 난민들의 유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을 우려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그리스와 이탈리아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에 화가 난 나기브 회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해당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나기브 회장은 지난 3월 7일 자신의 SNS 계정에 “시리아 난민들이 그리스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사이 그리스 정부는 나의 섬 매입 제안에 어떤 답장도 하지 않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아직 아일란 섬에 대한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아일란 섬에 대해 자신과 뜻을 함께 할 국가가 있다면 해당 정부에게 1억 달러와 각종 지원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일란 섬 계획이 물거품이 된 이후 나기브 회장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내정이 불안한 국가에 진출해 큰 돈을 벌던 나기브 회장이 향후 해당 국가에서의 사업 진출을 위해 난민 사태를 이용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이다.
실제로 나기브 회장은 정정불안 국가를 공략해 통신사업을 키웠다.
이집트 최대 이동통신사인 오라스콤을 창업한 온시 사위리스(Onsi Sawiris)의 장남인 나기브 회장은 오라스콤그룹의 통신 분야를 상속받은 이후 1997년부터 이라크 등 내정이 불안한 아프리카와 중동의 20여개국에 진출, 이동통신망 사업을 펼쳐 성장을 거듭했다.
부채를 끌어들여 신속하게 이동통신망을 건설해 사업을 전개하고 이후 후발업체에 팔아넘기는 방식이었다.
2003년 이라크의 첫 이동통신 사업권을 헐값인 500만 달러(한화 약 60억원)에 따내, 사업을 전개한 이후 2007년 이라크 사업을 12억 달러(약 1조4000억원)에 쿠웨이트 업체에 넘겨 큰 차익을 남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8년에는 지분 75%를 출자해 북한 이동통신사 고려링크(Koryolink)를 설립, 오라스콤은 7년간 수익 6억5300만 달러를 올렸다.
한때 정당을 설립하며 이집트에서 정치인으로 활동하기도 한 나기브 회장은 과거 인종차별ㆍ이슬람 혐오주의 발언으로 비난받은 적도 있어, 이같은 의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그는 이슬람권인 이집트에서 소수 기독교도 집단인 콥트정교회 신도로 과거 이슬람혐오주의자로 통했다.
나기브 회장은 과거 자신의 SNS 계정에 수염 기른 미키마우스와 검은 베일을 쓴 미니마우스 등 무슬림을 비하하는 사진을 게재한 일로 살해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의 이같은 과거 행적과 상관없이 아일란섬 제안을 선의(善義)로 봐야한다는 주장도 많다.
나기브 회장은 아일란 섬 계획 공개 당시 “아일란의 시신 사진이 나를 각성시켰다”면서 “더 이상 아무것도 안하고 난민문제를 외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1950년 이집트의 작은 건설사로 시작해 부동산 개발 및 호텔, 통신사 사업을 통해 몸집을 키운 오라스콤그룹의 텔레콤 분야를 물려받아 억만장자에 등극한 나기브 회장의 자산은 30억 달러에 이른다.
그는 이집트 카이로에 위치한 독일계 프로테스탄트 스쿨을 졸업하고, 스위스 취리히의 스위스연방공과대학에서 경영학·기계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해 아랍어·영어·독일어·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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