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기금의 별명이 ‘연못 속의 고래’다. 1400조원 남짓한 시장에서 보유주식 규모만 94조원에 달해서다. 이 ‘고래’가 이제는 연못에서 벗어나 ‘바다’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16일 국민연금기금은 올해부터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해외투자를 더 늘리기로 결정했다. 워낙에 시장에서 비중이 큰 국민연금기금이다. 이유를 잘 따져보면 개인들의 투자전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선 돈 벌기가 어려워졌다. 국민연금기금의 국내주식투자 수익률은 1988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연 5.7%였다. 2013~2015년 기간에는 -0.5%로 떨어졌다. 2015년 한해만 따지면 1.5%지만, 올해도 -1.5%가 잠정치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성장 둔화가 뚜렷하다. 한계업종에 구조조정과 신성장동력 발굴은 여전히 더디거나 안갯속이다. 올해 약 500조원인 국민연금기금은 2043년 2561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하락해 2060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기금 고갈을 늦추려면 운용수익이 중요하다. 이미 운용자산의 18% 이상이 국내주식이다. 비중을 늘리지 않아도 당장은 매년 운용규모가 커진다. 기대수익이 낮고, 투자손실 가능성까지 있다면 비중축소를 할 만 하다.
존재의 딜레마도 있다. 국내 증시에서 국민연금기금 보유비중은 약 6.7%다. 대부분은 시총상위 100대기업(94조7000여억원)에 집중돼 있다. 다릴 말해 국민연금이 국내 대표기업들의 지분 10%를 가진 대주주라는 뜻이다. 상당수 대기업에서는 단일 기준 최대주주다. 2043년까지 기금 규모가 계속 불어나고, 주식비중이 유지된다면 매년 주식을 더 사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지분률이 높아질 수록 정체가 애매해진다. 경영권을 가지는 대주주가 될 수도, 그렇다고 헤지펀드들처럼 투자수익 극대화를 위해 기업들을 쥐어짤 수도 없다. 돈 들여 주식을 더 사봐야 기대수익은 그리 높지 않은데, 고민거리만 늘어난다는 뜻이다.
쏠림의 위험도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현재 추세면 국민연금기금 고갈은 시간문제다. 운용규모가 정점을 찍는 2043년부터는 보유자산을 팔아서 연금을 지급하는, 즉 기금운용 규모가 줄어드는 과정이 시작될 수 있다. 채권의 경우 만기조정(duration)을 통해 그나마 시장충격을 줄일 여지는 좀 있다. 하지만 주식은 특정상대방에 한꺼번에 보유물량을 넘기는 방법이 아니라면 시장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해서 생긴 시장충격은 증시 전체에 악영향을 미쳐 보유 주식가치를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수도 있다. 국민연금 기금의 국내주식비중이 높을수록 이 같은 ‘유동성 위험’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국경을 넘어 자산과 위험을 다양화하는 게 당연하다.
종합하면 우선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으로 돈을 벌기 어렵다는 뜻은 증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뜻이 된다. 또 어찌됐건 국민연금이 주식을 덜 사면 당장 악재는 아니라 하더라도 호재도 아니다. 일반 투자자들도 눈 높이를 낮춰 잡을 필요가 있다.
국내 비중 축소와 함께 국민연금기금은 해외와 대체투자 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국내 보다 더 나은 기회가 해외에 있을 수 있다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적인 자산 외에 새로운 자산에 기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인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고민할 때다. 언제까지 국내 주식과 채권, 원화자산에만 ‘몰빵’할 것인가.
국민연금발 유동성 위험에 대한 경계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실제로 2043년부터 국민연금이 자산을 팔아 연금보험금을 지급한다면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수 있다. 그리고 그 보다 먼저 이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질 수 있다. 27년의 세월이 남은 듯 보이지만, 현 상태라면 20년 내에 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 1997년 외환위기도 불과20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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