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거의 모든 재테크 시장에 불확실성의 어둠이 짙어지면서 자산가들의 움직임이 갈수록 ‘단단’(短短)해지고 있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은 불안하고 은행예금 이자율은 2%대로 턱없이 낮다. 이때문에 자산가들은 언제든 기회를 봐 적당한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단기 상품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깜깜한 밤길을 걷는 것처럼 보폭을 줄이고 확실히 두들겨 본 뒤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다.

▶불안한 시장, 넘치는 부동자금=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머니마켓펀드(MMF)와 양도성예금증서(CD),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등 6개월 안에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에 몰린 단기 자금이 이달 중순 716조원으로, 지난해말보다 10조원 이상 늘었다. 사상 최대치다. 특히 MMF잔액은 지난해말보다 9조원 이상 늘었다.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지난달 27일이후 19거래일째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정기예금도 마찬가지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2013년말 정기예금은 1년 사이 16조8000억원이 줄어 8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감소액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서울 강남의 한 PB는 “사실상 1~2년짜리 정기예금은 자산가들이 아예 손을 끊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펀드와 저축성예금 등에서 이탈한 자금이 단기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금이 단기 부동화 현상을 보이게 된 이유는 그만큼 마땅히 오래 넣어 두고 투자할만한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2000선을 놓고 고점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정기예금이나 국공채 수익률은 물가상승률과 세금 등을 감안하면 남는 게 없다.

▶짧아야 오래 간다=단기로 돈을 굴리는 데 최근 각광받는 것은 주가연계증권(ELS)이다. 특히 만기가 3개월인 초단기 ELS를 자산가들은 찾고 있다. 통상 ELS가 만기 3년에 6개월 주기로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지는 것에 비하면 매우 짧은 것이다. 최근 SK증권이 출시한 만기 3개월짜리 공모형 ELS는 ‘완판 행렬’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조기상환 시점에서 기초자산의 평가 가격이 최초기준가격의 80%~85% 이상만 되면 상환되도록 설계한 ELS 출시가 느는 것도 단기운용을 원하는 자산가들의 수요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기초자산이 안전한 지수형이란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외 지수형 사모ELS 발행 비율은 전체 사모ELS발행 비율의 90%에 육박하며 지난 201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잇달은 어닝 쇼크로 종목형 ELS의 녹인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수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권영은 SK증권 에쿼티(equity) 파생팀장은 “ELS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이 중위험ㆍ중수익의 지수형 상품으로 편중되면서 손실가능성을 낮춘 상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ELS뿐 아니라 최근 인기 있는 상품은 3개월 만기가 주를 이룬다. 3개월 만기 위안화 예금신탁이나 만기가 3개월 미만인 회사채 등이 그 예다. 위안화 예금신탁은 위안화와 원화 헤지 과정에서 프리미엄이 붙어 ‘정기예금+α’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회사채는 동양사태 이후 아직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았지만 만기가 코 앞인 고금리 회사채는 자산가들에게 인기다.

권혜정 신한PMW반포센터 부지점장은 “최근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서 가뜩이나 보수적이던 자산가들이 더욱 안정적인 자산을 찾고 있다”며 “원금보장이 되면서 약간의 초과수익을 내거나 만기가 짧은 상품이 대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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