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육아휴직 후 직장에 복귀하지 못해 경력이 단절되는 이른바 ‘경단녀’가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또 여성 근로자들은 임금이 높을수록 육아휴직을 적게 쓰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육아휴직 후 돌아온 직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보다 활성화하는 등 육아휴직 근로자들의 사후 관리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정한나ㆍ윤정혜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팀은 2010~2015년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모성보호제도의 경력단절 효과 분석 결과’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분석 결과 대기업 근로자들의 경우 육아휴직 후 경력이 단절될 확률이 중소기업에 비해 4.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업무 특성 차이에 따라 대체 근로 가능 여부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경우 근로자 한 명이 여러가지 업무를 병행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연공이 쌓이게 된다. 곧 해당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쓰면 그 일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직장에 복귀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반면 대기업은 한 사람이 업무 하나만 맡는 특성상 육아휴직 후 그 빈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가 한결 쉽다. 반대로 직장으로의 복귀는 그만큼 더 힘들어진다.

또 육아휴직 기간이 길수록 복귀하지 않고 경력이 단절될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2011~2014년 여성 근로자들의 육아휴직 기간이 6개월 미만이면 직장복귀율은 90%에 달했다. 하지만 6개월~1년 사용한 경우 복귀율은 70%대로 낮아졌고, 1년 이상 쓴 경우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아울러 고임금 여성일수록 육아휴직을 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자리를 비웠을 때 소득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승진의 기회도 박탈될 가능성이 큰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육아휴직 급여 제도 등 정부의 모성보호 정책도 중소기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대기업에는 별 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것도 대기업 육아휴직이 적은 원인 중 하나다.

육아휴직제는 1988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면서 처음 도입됐다. 당시에는 무급으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수차례 개정을 거쳐 2011년부터는 휴직자가 통상임금의 40%(상한 100만원, 하한 50만원)를 매달 받을 수 있는 제도로 바꼈다. 이는 열악한 근무조건에 놓인 중소기업 여성 근로자들의 육아휴직을 늘리는 데 플러스 효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지난 4월 여성 일자리 정책을 발표하면서 대기업에 주던 월 5만~10만원 육아휴직 지원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월 20만원을 주던 중소기업 지원금을 3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정하나 연구원은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의 모성보호제도가 긍정적 효과를 내는 반면 대기업의 경우 경쟁이 심하고, 자리가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것에 대한 소득, 승진 등의 기회비용이 큰 것이 육아휴직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에 분석팀은 육아휴직 사용을 늘리려면 복귀한 직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체 효과를 상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윤정혜 연구원은 “육아휴직 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됐지만 육아휴직 사후 관리에 대해선 아직 지원이 미비하다”며 “대기업, 고임금 근로자일수록 육아휴직 사용 후 복직하지 못할 확률이 높은 만큼 이들이 복귀 후에도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게 직무 훈련, 적응 프로그램 등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