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하남현 기자] 공직자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공직(公職)이 아니라 공적(公敵)이 됐다. 최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등에서는 국가 개조 수준의 시스템 개혁과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누가 누구의 시스템과 의식을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국가 개조의 출발은 공적이 된 공직을 개혁하는 일이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국내 연안여객선 운항관리 체계는 충격을 넘어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선박 안전검사를 대행하는 한국선급과 안전운항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해운조합에 전직 해수부 관료들이 수장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인ㆍ허가권을 매개로 현직들과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공생관계를 형성했다. 그들은 관경(官經)이 밀착한 이익단체였고 말 그대로 ‘해수부 마피아’(해피아)였다.

공직사회에서 해피아는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원자력’이라는 지식과 인력의 희소성을 무기로 경쟁 없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이권을 주물러온 ‘원전 마피아’ 속에는 헤아리기도 벅찬 공기업과 각종 협회를 거느린 산업부 관료들이 있었다.

모피아((재무관료 출신)와 금피아(금융감독원 출신)가 지난 수십년간 장악해온 금융권은 퇴직을 앞둔 재무 관료들의 재취업 통로가 된지 오래다. 일단 진입만 하면 금융기관장, 협회장 등 최소 두 곳은 거치고 퇴임한다. 국장에서 1급 또는 1급에서 차관으로 승진하지 못한 선배들의 밥그릇을 챙겨주는 것이 미덕이던 관료사회의 오랜 관행 때문이다.

역대 정권은 모두 관료조직의 개혁을 추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2년 차 때 “공무원들은 문제의식이 없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고 구태에 안주하고 있다”고 공직사회를 몰아붙였으나 강한 저항에 막혔다.

이명박정부 때는 ‘영혼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개혁 대상으로 내몰린 한 공무원의 자조섞인 말이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공무원들에 대해 “이 시대에 약간의 걸림돌이 될 정도의 위험수위” 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정권 차원의 모든 정책결정과 집행을 관료에 의존했다.

박근혜정부도 역대 어느 정부 못지 않게 관료들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지금은 누구도 입 밖에 내고 있지 않지만 박근혜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규제개혁’도 일면 공무원들의 ‘철밥통 부수기’ 차원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각종 인ㆍ허가권한인 규제는 곧 공무원들의 밥그릇이다. 이를 깨겠다는 게 규제개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익에 사로잡힌 나쁜 기업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잘못된 규제 완화’가 결국 세월호 참사를 불러왔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한국사회문제연구소장)는 “공직사회 문제는 근본적으로 인ㆍ허가권을 틀어쥔 공무원을 감시ㆍ통제하는 기능을 강화해 그들만이 가진 특권을 제거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교수는 “원론적이지만 암행어사와 같은 공직 감찰 기능을 강화하고 시민사회가 공무원의 카르텔을 감시할 수 있는 기능을 돕는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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