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일본 롯데 임직원들이 무려 1조6000억원의 돈벼락을 맞게 됐다. 호텔롯데가 상장하면서 일본 롯데홀딩스 자회사들이 보유한 지분을 시장에 내다 팔면서다. 동시에 신동빈 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확보할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19일 공시된 호텔롯데 증권신고서를 보면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하는 L2, L4, L5, L6 투자회사는 호텔롯데 보유주식 가운데 1365만5000주를 매각할 계획이다. 공모가 상단인 주당 12만원을 적용하면 1조6386억원 규모다. 매각 대금이 일본내 사업확장 등에 쓰일 수도 있지만, 일본 롯데의 규모가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상당부분의 현금이 배당 등의 형태로 일본인 임직원들에게 분배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33.8%를 가진 임원 및 종업원 지주회는 형제의 난에서 신동빈 회장을 지지했다. 덕분에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와 자회사인 L투자회사들이 지배하는 한국 롯데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종업원지주회에 1인당 25만엔(25억원) 상당의 지분을 배분하고 개인이 팔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부당했었다. 신 회장으로서는 신 전 부회장의 제안을 거절하고 끝까지 지지를 해준 일본 롯데 임직원에 두둑한 포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돈 벼락을 맞는 것은 일본 롯데 임직원들이지만 이번 상장에서 신 회장이 얻을 것도 많다. 상장이 이뤄지면 호텔롯데의 일본 롯데 지분은 100%에서 38.64%로 뚝 떨어진다. 현재 신 회장은 롯데제과(8.78%)와 롯데칠성(5.71%), 롯데쇼핑(13.46%) 등 핵심 3사의 단일 최대주주다. 하지만 정작 그룹 지주사격인 호텔롯데 지분은 없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계열사 지분 대신 지주사격인 호텔롯데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그룹 지배권을 가지는 게 유리하다. 상장 이후 자신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호텔롯데에 넘기고, 대신 호텔롯데 지분을 받는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호텔롯데는 상장으로 확보한 4조원의 현금을 활용,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호텔롯데는 그룹을 삼키고,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삼키는 구조다. 순환출자 해소라는 명분도 살리면서 그룹을 확실히 장악하는 실리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변수는 아직 남아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단일최대주주인 광윤사를 지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여전히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은 또 롯데제과(6.83%), 롯데칠성(1.3%), 롯데쇼핑(0.93%) 대주주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제과(3.96%), 롯데칠성(2.83%), 롯데쇼핑(13.45%)를 보유중이다. 이 두 사람의 주력 3사 지분은 신 회장을 넘어선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반격의 싹을 일찌감치 잘라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신 총괄회장의 정신감정결과가 중요하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 이상만 확인된다면 주요 계열사 의결권을 박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 전 부회장에 대한 후계자 지명 역시 무효로 만들 수 있다. 실리와 명분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재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