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길음서희스타힐스 전세가율 94%

-서울 처음으로 75%로...80% 이상도 늘어

-월세비율 증가세…일각선 “전세종말 신호”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역삼2차아이파크 전용면적 102㎡ 전세가는 8억6000만원으로 매매가격 9억5000만원의 90%에 육박한다.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 72.6%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성북구 하월곡동에 2011년 공급된 ‘길음서희스타힐스’ 88㎡은 이달 전세가율 94%를 넘겼다. 전셋값은 매매가격(3억5000만원)에 근접한 3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경기권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의왕시 내손동 대원칸타빌1단지 전용 78㎡ 전셋값은 매매가격 3억5000원에 근접한 3억3000만원을 찍었다. 같은 기간 안양시 평촌동 초원6단지한양의 전세가율은 93%(매매가 3억9000만원ㆍ전셋값 3억600만원)를 웃돌았다.

전국의 전세가율 상승세가 가파르다. 월세비중은 전세비중을 턱밑에서 추격 중이다. 전문가들은 깡통전세 주의를 당부하며 보증금 위험부담을 떠안기보다 보증부 월세 등 안정성을 추구하라고 조언한다. 사진은 구반포 주공아파트 전경.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전국의 전세가율 상승세가 가파르다. 월세비중은 전세비중을 턱밑에서 추격 중이다. 전문가들은 깡통전세 주의를 당부하며 보증금 위험부담을 떠안기보다 보증부 월세 등 안정성을 추구하라고 조언한다. 사진은 구반포 주공아파트 전경.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전세가율 고고=전국적으로 전세가율이 치솟고 있다. 31일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가율은 조사 이래 처음으로 75%에 도달했다. 서울 강북은 전국 평균(75.2%)을 웃도는 77.7%로 나타났고, 강남은 72.6%를 기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전세가율이 80%대를 넘은 지역도 늘고 있다. 지난 2월엔 성북구와 성동구가 유일했지만, 이달 들어 구로구(81.2%), 중구(80.1%), 동작구(80.0%)가 80% 대열에 합류했다. 대다수 자치구 전세가율은 70%를 넘은 상태다.

75%의 벽을 넘긴 수도권(76.4%)에서도 세입자들의 한숨은 커지고 있다. 의왕(84.0%), 안양(82.1%), 고양(81.3%), 군포(81%), 의정부(81.1%) 등 서울 접근성이 용이한 지역이 높게 나타났다.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의 공통점은 물건이 희귀하다는 것이다. 실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아 물건이 나와도 금방 자취를 감추기 일쑤다. 성북구의 한 공인 관계자는 “투자자와 수요자가 섞인 매매시장과 달리 전세시장은 수요자만 있다고 보면 된다”며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전셋값 상승폭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광주(77.1%)를 비롯해 대구(75.3%), 대전(73%), 울산(71.8%), 부산(71.4%) 등 지방의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되는 수요가 줄고 있다는 것이 당면한 문제”라며 “부정적인 부동산 전망이 매맷값보다 전셋값 상승폭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종말 신호탄?=일각에서는 전세가율 상승을 조심스럽게 전세종말의 전조라고 풀이한다. 월세 전환 속도가 가파르고 1~2인 가구가 늘면서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꾸준해서다. 성남시 K공인 관계자는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적은 물건을 고객에게 권하기 어렵다”며 “전셋값이 지나치게 높으면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위험부담을 떠안을 수 있어 보증부 월세 전환을 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확정일자를 신고하지 않은 순수월세 제외) 비중은 44.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포인트 증가했다.

고양시 J공인 관계자는 “매맷값보다 전셋값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수요에 비해 물건이 희귀한 것이 원인”이라며 “반전세 등 월세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집주인들과 수요자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부의 월세제도 정착에 대한 의지도 전세가율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안정을 목적으로 한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뉴스테이’가 월세의 새로운 기준”이라며 “보합 중인 매매가격과 전셋값 상승, 임대사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보는 업계의 시각 등이 맞물려 월세시대를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세가율 상승으로 인한 ‘깡통전세’는 눈앞의 문제다. 전문가들은 전세 계약시 등기부 등본의 대출금 확인과 시세보다 값싼 물건을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시장이 불안정할수록 매매가격 하락과 경매 전환 물건이 많아진다”며 “전셋값이 차지하는 보증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반전세 등으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