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진학 포기하고 창업 프로그램 도전 베개에 붙이는 동전만한 작은 센서 개발 자고 일어나면 수면패턴 추적 완벽 분석 창업 4년새 4000만 달러 이상 투자유치
밤새 코를 골며 이를 간다. 깊은 잠을 자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하지만 누가 지켜보고 말 해주지 않는 이상 어쩌면 평생 본인의 잠버릇을 정작 스스로는 알 길이 없다. 때문에 분명 잠을 잤음에도 몸은 개운하지 않고 찌뿌듯하다. 그런데 그저 자고 일어나기만 하면 내 수면 패턴을 파악해 점수를 매기고, 알맞은 숙면 환경까지 알려주는 것이 있다면?
여기 당신의 불면증을 완벽히 해결해 줄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볼이 있다. 이 볼의 이름은 센스(Sense). 베개에 붙이는 동전만한 작은 센서가 유일한 준비물이다. 센스를 개발한 회사는 ‘헬로’(Hello). 창업한지 겨우 4년 된 스타트업이다. 헬로의 창업자는 24살 청년 ‘제임스 프라우드’. 그는 2012년 대학 대신 창업을 선택하고 세상을 향한 도전에 나섰다. 그는 그동안 4000만달러 이상 투자를 받았다.
▶촉망받던 수재…배움보다는 창업에 도전 =제임스 프라우드는 1992년, 영국 남부의 조금은 위험한 지역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컴퓨터를 다루는 데에 재능을 보였고 12살에 웹사이트를 디자인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가 공부보다 좋아하는 일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프라우드의 부모는 그가 커서 마약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 되고는 한번 더 부모님을 놀라게 했는데, 바로 그가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는 그의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교를 진학할 거라 기대되던 수재였기에, 부모님에게 그의 결정은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프라우드는 자신에게 배움에 대한 욕구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욱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창업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2009년 18살의 나이로 창업한 기그로케이터(GigLocator)가 그 시작이었다. 기그로케이터는 사용자가 좋아하는 가수나 밴드를 파악해 가장 가까운 시간대로 그들의 공연 티켓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사이트다. 기그로케이터를 6개월 동안 운영한 후 그는 틸 펠로우십(Thiel Fellowhsip)의 첫번째 수혜자가 된다.
틸 펠로우십은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이 전도유명한 젊은 기업가들을 위해 운영하는 2년짜리 프로그램. 대학을 가지 않고도 젊은 기업가들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창업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도록 10만달러를 지원한다. 프라우드는 틸 펠로우십의 1기 참가자가 됐고, 2010년에 이를 위해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다.
틸 펠로우십을 마친 2012년, 프라우드는 기그로케이터를 뉴욕의 전설적인 브루클린 볼링 나이트클럽(Brooklyn Bowl Nightclub)의 오너인 피터 샤피로에게 매각했다. 프라우드는 기그로케이터를 매각한 자본금으로 지금의 헬로를 창업했다. 분명 기그로케이터도 성공한 스타트업이었지만, 사실 기그로케이터는 프라우드의 헬로 창업을 위한 발판에 더 가까웠다. 틸 펠로우십에 참가하기 위해서 가능성있는 젊은 기업가임을 보여줘야 했고 또 헬로 창업을 위해 초기 자본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재밌게 만들 수 있는 것은?”=창업 당시, 프라우드는 현재 많은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무엇을 그가 가장 재밌게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많은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과 각종 스트레스로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지만 딱히 해결책은 없다. 현대인의 불면증이 바로 그의 창업 아이디어가 됐다. “우리의 야망은 잠보다 크지만, 사실 잠자는 시간은 적지 않죠.” 프라우드가 헬로의 창업에 대해 밝히며 한 말이다.
헬로가 처음부터 잘 나갔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애플워치나 핏빗과 같은 웨어러블 기계를 생각했다. 자면서 착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는 고도의 테크놀리지 활용 계획을 세웠다. 페이스북 메신저 파트의 수장 데이비드 마르쿠스와 샤오미의 부대표 휴고 바라로부터 1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웨어버블 기계는 거추장수럽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고객들도 마찬가지였다. 프라우드는 실제 고객들이 얼마나 이를 사용하지는 조사했다. 구입한 고객 70% 정도만 계속해서 기계를 사용했다. 프라우드는 99%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아예 새롭게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새로운 센스의 성공 가능성을 설득해 2014년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KictStarter)로부터 24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자기만 하면 저절로 수면 패턴 데이터 축적 =새로운 센스는 현재 12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지름 70mm, 높이 약 64mm로 물컵보다도 작은 사이즈의 공 모양의 소품이다. 한 손에 올릴 수 있는 크기다. 미적 감각도 뛰어나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가능하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센스와 함께 동봉되어 오는 두 개의 ‘슬리프 필’(Sleep pill)이라 불리는 동전만한 작은 센서를 베개에 붙이기만 하면 그만이다. 수면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오로지 자는 것 뿐이다. 술에 취해 침대에 쓰러져 자기만 해도 데이터는 모아지고 있다고 프라우드는 센스의 편리성을 강조한다.
이뿐 만이 아니다. 시각적으로 자신의 수면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도 제공한다. 매일 아침 센스와 연동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는 1부터 100까지 숫자로 수면의 점수를 매겨주는데, 어떻게 수면 점수를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도 함께 제공한다. 베개에 붙은 슬리프 필이 매일같이 사용자의 수면 움직임을 파악하기 때문에 매일, 매주, 또는 일년에 한번이라도 언제든 축적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이들의 더욱 완벽한 수면 꿈 꿔=센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프라우드의 꿈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15년엔 싱가포르 정부가 소유한 투자회사인 테마섹홀딩스(Temasek Holdings)로부터 3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창업 4년만에 4000만달러 이상을 투자받은 셈.
현재 그는 헬로의 시스템을 센스라는 작은 도구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컴퓨팅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최첨단의 신경 네트워크를 이용해 컴퓨터에게 ‘잠’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슬리프 필과 같은 어떠한 매개체도 없이 인공 지능이 그저 사용자 주위에서 맴돌면서 적절한 수면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용자가 센스를 필요로 하면 나타나고, 필요로 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셈이다.
프라우드는 헬로와 센스가 새로운 컴퓨팅 시스템의 선봉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아마존 에코(Amazon Echo) 네스트 온도조절기(Nest thermostat), 구글 홈(Google Home)과 같은 인공지능 기기들보다 뛰어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것이 상용화되는 것은 아직 시간이 좀 걸릴 듯 하다. 이유는 프라우드의 괴짜같은 고집때문이다. 프라우드에게 이러한 계획의 실현을 위해 러브콜을 보내는 곳들이 많지만, 그는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며 걸어 통근하는 것을 매우 즐기고 있다. 계획을 실현하는 곳에 가려면 통근 시간이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라우드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거주하는 한 센스의 컴퓨팅 시스템을 상용화시켜 판매하는 일에는 아직 관심이 없다고 보면 무방하다.
“내 삶은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아주 간단한 삶이죠.” 프라우드의 이 한마디가 좋아하는 일을 좇아 살아온 그의 삶을 대변해준다.
천예선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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