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정부가 조선업종의 재하청 임시직 근로자인 물량팀 등 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근로자들부터 우선 지원할 방침이지만 아직 이들 근로자의 규모, 보험가입률 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 관련 실업대책 중 하나로 물량팀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들에게도 실업급여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 실업이 예상되는 물량팀, 일용직 등의 경우 현재 근로자 수, 보험가입 비율 등 제대로 된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정부가 지원 대상, 규모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원책부터 밝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선업 물량팀은 조선 기자재, 설비 등 하청업체들이 다시 하도급을 준 2차 이하 재하청 근로자들을 말한다. 대부분 계약형태나 근로관계가 불명확한 임시직이라 그 수를 파악하기 힘들고, 고용보험 가입 여부도 확인하기 힘든 실정이다.

조선업 관련 노조들에 따르면 1차 하청 근로자들의 경우 고용보험 가입률은 80%가 넘지만 물량팀 등 2차 이하 하청 근로자들은 고용보험 가입률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8일 조선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물량팀 등 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들을 상대로 고용보험 가입 조치 후 실업급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달 중 이들 근로자의 고용관계, 고용보험 가입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지원 대상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지원책부터 내놓은 셈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물량팀 근로자들의 규모나 보험 가입률도 모르면서 어설픈 지원책을 내는데 급급했다”며 “피보험자격을 취득해야 실업급여를 주겠다는 것인데 고용보험 가입여부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지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실업급여 신청도 급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5월 고용행정 통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조선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5월 실업급여 신청은 지난해보다 10.8% 늘었고 신규 신청자는 7만3000명을 기록했다. 이중 조선업종의 경우 지난 1~5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677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7.7% 증가했다. 여기에 물량팀 등 2차 이하 근로자들까지 가세하면 지급해야 할 실업급여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운영 중인 직접일자리사업과 연계해 이들 취약 근로자들의 재취업을 유도할 계획이다. 필요한 재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일정 비율로 지원하는 ‘매칭펀드’ 조성을 검토 중이다. 매칭펀드는 각 지자체의 재정여건에 따라 10~30%, 정부 70~90% 비율로 부담하게 된다.

김경선 고용부 노동시장정책관은 “조선업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서 하반기부터 거제 등 경남 지역 실직자가 늘고, 실업급여 신청자도 급증할 것”이라며 “지역 내 공공근로 등을 활용해 재취업을 돕고, 실업급여 재원 마련을 위해 매칭펀드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9일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으로 류장수 부경대 교수와 김경선 정책관을 선정했다. 조사단은 오는 15∼16일 울산ㆍ거제, 20일 영암 지역에서 실사를 진행하고, 고용보험 등 각종 통계 및 관련자료 분석ㆍ검토를 병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