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결심에 의존하고 있는 사건들, 더이상 안된다는게 중론

-피해자 개인이 고백하기 전, 수사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성범죄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고백하는 데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성(性)에 대한 공개적인 대화를 피하는 폐쇄적인 성 문화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백은 단순히 사건 뿐만 아니라 숨어있던 구조적인 문제들까지 드러내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아가 수사기관ㆍ관련 제도 기관이 피해자의 고백에 앞서 적극적으로 성범죄에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ㆍ일 외교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위안부 문제는 한 피해자의 용기 있는 발언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지난 1991년 8월14일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군을 성적으로 상대하는 일을 강요당했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위안부 문제는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할머니의 증언이 없었다면 위안부 문제는 영원히 묻혔을지도 모른다. 할머니의 용기 있는 고백 후 지난 25년동안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일제의 전쟁범죄에 대해 많은 부분을 사실로 밝혀냈다. 이로 인해 전세계 곳곳에 위안부 평화비가 세워지는 등 많은 이들이 전쟁 중 성노예와 평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용기 있는 한 명의 피해자의 고백이 만들어낸 큰 움직임이다.

최근 신안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도 피해자의 용기있는 신고로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었다. 그 결과 9년 전 대전에서 발생한 성폭행 미제사건의 피의자가 이번 사건 피의자들 중 한 명인 것이 추가로 밝혀졌다. 이에 더해 도서 지역에서 근무하는 여성 인력들의 고충사항이 구조적인 문제로 밝혀졌고, 개선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의 고백이 제도 개선 등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연결되고 있지만 더이상 피해자 개인의 용기에만 기대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신경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까지도 공개적인 성(性) 얘기가 금기시 되는 문화 때문에 성범죄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것이 수치스러운 것으로 여겨졌다”며 “하지만 이제 성은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인식이 공유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의 고백으로 범죄가 드러나고 해결책이 마련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지만 앞으로 피해자가 용기를 내기 이전에 수사당국이나 제도가 우선적으로 성범죄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등의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